“아기에 ‘슈퍼 폐구균백신’맞혀 뇌막염-폐렴 예방하세요”
서울대 이환종 교수팀 임상시험 참여 아기 모집 중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희연(35) 씨는 태어난 지 두달 된 딸이 앞으로 맞아야 할
추천 예방접종 표를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특히 그녀의 시선을 끈 것은 모두 네번 맞아야 하는데 한번 맞을 때마다 10만
원을 내야 한다는 폐구균 백신 접종이었다. 의사에 물어보니 그래도 맞으란다.
여기서 문제 하나. 김씨의 딸은 앞으로 바이러스성 폐렴을 일으키는 폐구균으로부터
100% 보호받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고, 보호 가능성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총 40여만 원이나 드는 폐구균 백신의 예방 성공률이 60%에 불과한 이유는 폐구균의
종류는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백신은 이들 다양한 폐구균의 일부에만 예방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영실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2세 이하
아기에게 유일하게 쓰이는 폐구균 백신은 90가지가 넘는 폐구균 종류 중 가장 흔하게
병을 일으키는 7가지 폐구균을 선택해 만든 예방접종 약이기 때문에, 이들 7가지
이외의 다른 폐구균 종류에 감염되면 백신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폐구균에 감염되면 폐렴에 걸리기 쉽고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려 청력을
잃거나 뇌의 손상이 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예방률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접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쓰이는 단 한 종류의 폐구균 백신의 예방 효과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팀이 1991~2006년 기간 중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어린이에게서 분리한 폐구균 혈청형 분포 조사에 따르면 1991~94년에는 현재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폐구균의 종류가 76%에 달했다. 그러나 이 비율은 2004~06년
60%로 떨어졌다.
해마다 다른 혈청형의 폐구균이 나타나면서 예방 기대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론이다.
이환종 교수는 “현재 13가지 종류의 접합 백신이 국내에서 임상시험 중인데 이
신종 백신은 기존의 7가지 폐구균에 대한 예방 효과에 새롭게 6가지 폐구균에 대한
예방 효과를 추가한 것”이라며 “특히 국내 발병률이 높은 폐구균 혈청형 19A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기대 예방 효과가 87%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신형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준비를 완료했으며, 임상시험에 참여할
생후 42~98일 사이의 유아 참여를 모집하고 있다.
이 교수 팀이 사용할 신형 폐구균 예방 백신은 이미 독일과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마쳐 안전성 및 면역원성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돼 있으며, 이 교수 팀은 한국
유아에 이 백신을 사용할 경우의 안전성 및 면역성을 체크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소아용 폐구균 접합 백신 임상 시험 정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 팀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소아용 폐구균
접합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한다.
△참여 자격=임상시험 등록 시 생후 42~98일 사이의 건강한 아기여야 한다.
생후 약 1개월 안에 B형 간염 백신 2차 접종 뒤 14일이 지나야 한다. 또 결핵 백신인
BCG 접종 뒤 28일 이상이 지나고 DPT, 소아마비 백신은 접종하지 않은 아기여야 한다.
△혜택=현재 유아를 위한 필수 백신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폐구균, 뇌수막염, 로타 바이러스 백신 등은 보건소에서 제공하지 않으며
민간 병원에서 맞아야 한다.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로타 바이러스 백신
한 종류 접종에만 보통 26만~3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이 교수 팀은 임상 참여 아기에게 신형 폐구균 백신은 물론 DPT, 소아마비 백신
등 5가지 를 무료로 제공하며, 임상시험 종료 뒤 홍역 백신 등을 추가로 접종해줄
예정이다. 임상 참여 아기에게 제공되는 백신의 총 가격은 서울대학병원 기준으로
약 100만원 어치다.
△참여 기간 및 검사=참여 기간은 약 11개월이며 서울대병원에 9회 방문해
생후 7개월과 13개월 때 두 차례에 걸쳐 채혈을 함으로써 혈액 내 폐구균 항체 생성
여부를 검사한다.
서울대병원 외에 일산명지병원, 인천성모병원 등의 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