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먹으면 비만 가능성 3배
뇌가 포만감 느낄 시간 주지 않기 때문
뱃살 둘레가 늘어나기 쉬운 계절. 대부분 ‘뭘’ 먹는지에만 신경쓰지만 이제
‘어떻게’ 먹는지도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오사카대학교 히로야스 아이소 박사 팀은 2003~6년 기간 동안 30~69세 성인
3200명을 대상으로 식사 습관을 조사했으며, 빨리 먹는 사람은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빨리 먹으면 살찌기 쉬운 이유는 더욱 많은 양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위장 등 소화기관의 작용이 아니라 뇌의 작용이다. 어느 정도
양을 먹으면 이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서 뇌가 “이제 그만 먹어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몸에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급히 음식을 먹어대면 뇌가 이 같은 ‘포만 명령’을 내릴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더욱 많은 양의 음식을 빨리 먹어치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이소 박사는 “현대의 식습관이 ‘배가 부를 때까지 빨리 먹어치우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 중 남성의 50%, 여성의 58%가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음식을 먹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빨리 먹는 편”이란 대답은 남성의 절반 이하,
여성의 3분의 1이었다.
식습관과 비만과의 관계를 비교한 결과, “배부를 때까지 빨리 먹는다”고 답한
사람들의 과체중 비율은 “배가 부를 때까지 빨리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났다.
아이소 박사는 “음식을 빨리, 더 많이 먹고, 소파에 퍼질러 앉아 TV를 보면서
끊임없이 음식을 먹어대는 이른바 ‘포테이토 카우치’(potato couch) 현상 등이
비만을 부추기고 있다”며 “현대인의 생활 패턴 변화로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본인이 식사하는 속도는 옆에서 지켜보는
한국인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 정도로 느리다. ‘후닥닥’ 먹어치우는 데 세계 챔피언
격이랄 수 있는 한국인들은 따라서 ‘빨리 먹어서 생기는 비만’ 위험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제 전문가들이 권하는 올바른 식사법을 지킬 때도
된 것 같다.
이 내용은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온라인판 21일자로 게재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온라인판 등이 22일 보도했다.
▽ 비만을 막기 위한 올바른 식사법
△ 위에서 음식을 받아들인 뒤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까지는 약 20분이 걸린다.
△ 음식을 오래 씹을수록 포만감은 더 잘 느껴진다. 전문가들은 입 안에서 음식을
20번 이상 씹으라고 조언한다.
△ 씹는 행위는 음식 분자를 으깨 소화를 돕는다. 타액이 나오면서 소화 과정이
시작된다.
△ TV나 독서를 하면서 식사하지 말라. 뇌가 음식에 대한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