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뛰어넘는 진료봉사에 행복”

다일천사병원 무료진료 박동 원장

“종교 뛰어넘는 진료봉사에 행복”“자주 가지도 못하면서 인터뷰까지 하면 천사병원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손가락 접합 전문 병원인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서울베스트병원 박동 원장은 처음에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자신의 행동이 봉사라고 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돈이 없는 사람, 행려병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울 청량리 다일천사병원에서 4년째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천사병원은

‘밥퍼’ 목사로 알려진 최일도 목사의 다일공동체가 운영하는 병원이다.

“평소 의료봉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교회의

의료봉사에 참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절차도 복잡하고…. 혹시나 해서

찾아가 봤더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천사병원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의사는 모두 52명이다. 중간에 그만 두는 사람도

거의 없고 꾸준히 늘고 있다. 한 달에 1~2회 일이 비는 시간을 이용해 천사병원에서

봉사를 한다.

천사병원에서 자원봉사자 관리를 맡고 있는 이정민 간사는 “대부분이 한 달에

1회 정도 오시는 분들”이라며 “자주 못 와서 죄송하다는 말을 많은 분들이 하시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천사병원에 자주 못 가는 것이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다.

“자주 가야지 하고 생각은 하지만 응급 수술을 해야 할 때도 많고 수술 시간도

일정하지 않아 횟수를 늘리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진료 시간 늘렸다가 갑작스런

일 때문에 그 쪽 병원 진료에 차질이 생기면 오히려 폐만 끼치게 되잖아요. 그래도

한 번 늘려 봐야죠.”

그는 응급 수술 때문에 천사병원 진료를 못한 적이 ‘두 번씩이나’ 있다고 했다.

“안절부절 못하겠더군요. 손가락이 잘린 채 온 사람이라 바로 수술해야 하는데….

천사병원에게는 어찌나 미안하던지….”

천사병원은 정해진 진료일이 아니더라도 응급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응급차로

환자를 데려와 박 원장의 병원에서 수술 하기도 한다. 천사병원에서 환자 X-레이

사진만 보내면 전화로 자문하는 경우도 있다.

“행려 할아버지 한 분이 폐렴 때문에 천사병원에 오셨어요. 처음에는 내과에서

발 좀 봐 달라고 하더라고요. 당뇨병으로 발이 썩어 절단해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정도였습니다. 2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병원에 오세요. 보조기를 차고 계시지만 걸어 다니시는 걸 보면 그냥

마음이 좋아져요.”

박 원장은 의사들이 일부 언론에 비춰지는 것처럼 무조건 돈만 밝히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사회에 대한 의무, 책임의식을 갖고 있으며

상당수 의사가 이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의사가 실천하는 방법을

몰라서 봉사를 못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요. 1년에 한 번 하는 보여 주기 식 행사가 실질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우리 이런 것 한다. 좀 봐달라’는 생색밖에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천사병원 같은 무료 병원이 없어져야지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천사병원이 담당하고 있는 거잖아요. 돈 없는 사람들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박 원장은 몸이 허락할 때까지 진료 봉사를 계속 할 생각이다.

“‘내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 가서 도와주겠다’ 이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처음

시작한 일도 아니지만 갔다 오면 마음이 편해져요.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배우는 것, 느끼는 것이 더 많은 일이에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은 생각보다 훨씬 커요.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죠.”

천사병원은 2002년 10월 4일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6년이 됐다. ‘다양함 속에서

일치를 추구한다’는 이름에 걸맞게 종교와 상관없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천사병원은

우리나라에 ‘나눔’의 문화를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료봉사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기부할 수도 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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