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컷’ 되려면 흑기사가 되라
여성은 남을 돕는 남성에게 반한다
도대체 사라지지 않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이 있다. 바로 ‘못된 회장 아드님’과
‘가난하지만 순정파인 여주인공’ 구도다. 대개 이런 드라마에선 자기밖에 모르는
회장 아드님이 개과천선하시거나 아니면 물러 터진 여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되거나
한다.
이런 ‘전형’은 이성을 보는 우리 사회의 통념에 근거한다. 즉 능력있는 남성이
가장 매력적이며, 그 능력의 근거는 돈(富), 지성, 외모라는 것이다. ‘최고 잘 뺏는
남성이 최고’라는 ‘자본주의 정글’의 매력 법칙이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로 사회적 이타주의를 행하는,
그래서 적극적으로 흑기사가 되는 남성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연구 결과다.
영국 노팅엄대학교 행동과 생태 연구 모임의 팀 필립스 박사 팀은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여성은 남성을 선택할 때 남을 돕는 이타적인 면을
더욱 중요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종전 연구들에선 외모, 지성, 부(富) 등이 여성 선호도의 상위를 차지했지만 이제
여성의 선호도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남 돕기’가 추가돼야 할 때가 왔다고
연구 팀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이성을 보는 관점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는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지, 지역 병원에 가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지, 주인
없는 떠돌이 개를 돌본 적이 있는지 등과 같은 ‘이타적인 행동유형 9가지’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평균 나이 58세인 170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타적 행동에 대해 응답했다. 그 결과 한 파트너가 선호하는
이타주의적 행동을 다른 파트너도 대개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립스 박사는 “이런 커플 관계에서 확인되듯 남자와 여자 모두 이성을 고를
때 이타주의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며 “친구나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이타적인
행동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베스트 셀러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저, 1976년
출간)가 발표된 이후 인간은, 특히 인간의 유전적 본능은 이기적이라는 사실이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동물 세계에서도 이타적 행동이 자주 관찰되며
특히 인간은 유전자의 지독한 이기주의를 ‘뇌(정신)’가 이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도킨스 박사 자신이 ‘이기적 유전자’ 이후의 여러 저서에서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인간은 왜 이타적 이성에 끌리는 것일까. 이는 그 어느 동물보다 유아
기간이 긴 인간은 자녀 양육을 위해 오랜 기간 부모가 협력해야 하며, 현대사회에서도
안정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속하려면 가정에 헌신하는 커플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사회적 규범 역시 이성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여성은
아이를 기르고 돌보며, 남성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가족과 사회를 지킨다는 오래된
사회적 규범이 이타주의의 중요성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남성에게 구하는 것은 보호다. 여성을 최고로 보호할 수 있는 남성의 수단은
과거에는 근육의 힘이었으며, 지금은 금력 또는 권력이다.
그러나 여성의 선호 리스트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힘센 남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힘을 ‘나를 보호하는 데’ 써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연구 결과는 보호 의지를, 이타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과시하고 생활화함으로써
여성을 사로잡으라고 권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건강심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11월호에 발표될 예정이며, 미국방송 msnbc
온라인판, 과학전문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등이 1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