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한번만 복용해도 “폭력성 2배”
미 프로레슬러 일가족 살해도 스테로이드 때문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제를 한 번이라도 복용한 남성은 전혀 복용하지 않은
남성보다 2배나 더 폭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케빈 비버 박사팀은 1994~2002년까지 젊은 남성 6823명의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제’ 복용 여부와 폭력성의 관계를 조사했더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정한 폭력성에는 싸움과 소리지르기, 타인에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처 입히기 등의 행동 성향이 포함됐다.
스테로이드는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지는 신체조절물질의 포괄적인 명칭이다.
문제가 되는 약물인 단백동화스테로이드제는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근육 생성을 돕는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운동선수나 바디빌더 뿐만 아니라 일반 남성들도 자주 복용한다.
이 약물을 장기복용하면 근육 이상, 공격성 유발, 간 기능 저하,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마약류로 규정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올림픽같은 스포츠 현장의 도핑테스트에서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시판중인 이 약물은 보건당국의 수입 허가가 없이 수입할 수
없고 의사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는 약물이다.
비버 박사는 “이 약물을 장기간 다량 복용하면 폭력성 이외에도 심장이나 간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남성의 경우 유방이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지고 여성의 경우
목소리가 굵어지고 음핵이 확대되며 체모가 자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약물과 폭력성의 관계는 지난해 6월 캐나다 출신의 인기 프로레슬러인 크리스
벤와가 아내와 7살난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부검 결과
벤와의 체내에서는 다량의 단백동화스테로이드제를 비롯해 여러 약물들이 검출됐다.
비버 박사는 “당시 여러 연구자들은 이 사건의 원인을 벤와가 프로레슬링을 하면서
거친 동작이나 부상으로 뇌가 광범위하게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으나 우리는
단백동화스테로이드제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단백동화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진행됐지만 이 약물과 폭력성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스테로이드제와 여성 폭력성의 관계는 따로 연구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중 보건 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최신호에 실렸으며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온라인판, 해외 보도자료 소개사이트
뉴스와이즈 등이 1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