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vs "억지 주장"
14일 서울행정법원이 한의사는 진단용 방사선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번 판결로 의료계와 한의계가 또 다시 예리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난 2006년 ‘기린한방병원의 CT사용 패소’ 이후 잠잠했던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어 향후 양쪽의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진단용 방사선 기기로 성장판을 확인해 복지부로부터 45일의 면허정지를
받은 해당 한의사 노모씨는 아직 항소 의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한의계는 대내외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반발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생산된 의료기기를 한의사들이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것. 이미 한의사들은 골밀도 측정기 등의 의료기기를
널리 사용하고 있어 이번 판결은 법원의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한의사들에게 학술 목적 외에 양방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현행
의료법에 문제가 있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행정법원 또한 13일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지만 노모씨에게 45일의 면허정지는 과한 처분”이라며 “의·한방 상호교차
문제는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결해 한의계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한의협 최방섭 부회장은 “해당 한의사에게 면허정지 처분이 과하다는 법원의
판결은 한의사에게는 죄가 없다는 의미”라며 “향후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정곤 부회장 또한 “이런 식으로 한의사들이 자꾸 부딪혀야 법이 개정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여러 매스컴을 통해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위 사건을 대법원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의사들은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며,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법규정을 만든다 해도 한의사들은 양방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기는 양의사들의 영역인만큼 입법을 한다해도 한의사들에게 양보할 수 없으며,
이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억지 주장이라는 것.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지난 CT 판결과 같이 당연한 결과"라며
"기본적으로 의학과 한의학은 학문적 원리가 다르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원화된 국내 의료 환경에서는 한의사들이 절대 합법적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법적 공방은 의료가 이원화된
상황이 야기하고 있는 문제이므로 이는 의료일원화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의연기자 (suy@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8-1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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