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진으로 유방암 쉽게 발견한다고?
10월 들어 유방암 홍보 캠페인인 ‘핑크리본 행사’를 맞아 관련 단체는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홍보하면서 유방암 자가검진법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유방자가
검진이 괜한 걱정과 불필요한 검사비용만 늘리는 부작용도 있다.
미국 오레곤주 일간지인 오레곤라이브는 유방암 자가검진의 명암을 짚은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건강 의학 기사 검증 사이트인 ‘헬스뉴스리뷰’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이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산드라 리트는 자가검진에서 뭔가 덩어리가 만져졌다며 병원을 찾았다. 2년 전에
유방 절제술과 한 달간의 항암 치료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근심은 더 컸다. 아무 것도
없다는 방사선과 의사의 말은 그녀를 안심시킬 수 없었다.
의학연구 리뷰학술지 ‘코크레인 라이브러리(Cochrane Library)’에는 최근 유방암
자가검진의 무용론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러시아와 중국 여성 38만 8535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자가검진을 한 여성과 하지 않은 여성의
유방암 사망 비율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조직검사만 늘어났다.
미국 오레건 건강과학대 유방암 교육 프로그램 담당자인 엘리자베스 스타이너
박사는 “자가검진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유방암이
아닌데도 마치 유방암 환자인 것처럼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50년대에는 의사들이 유방암 자가검진을 권했다. 자가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간단하고, 비용도 들지 않으며, 늦기 전에 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여성운동과 맞물려 유방암 자가검진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방암 자가검진을 제대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유방암 자가검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전시켰지만,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유방암 자가검진이 유방암 환자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외과 낸시 박스터 박사는 “자가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병원에 오는 횟수와 불필요한 조직검사만 늘릴 뿐”이라며
“자가검진이 유방암 환자의 생존에 도움을 줄만큼 암을 조기에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자가검진에서 암이 만져질 정도면 암은 이미 꽤 큰 상태라는 것이다.
자가검진의 실효성을 입증할 수 없게 되자 미국암협회는 자가검진 중요성의 홍보를
2003년에 중단했다.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도 자가검진의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캐나다 공중보건 특별 위원회도 2001년에 자가검진이 불필요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가검진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유방촬영술로는 찍히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유방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방을 4 등분했을 때 유방암의
절반 정도는 위쪽 바깥 부분에서 발견되는데 이 부분은 유방촬영술로는 잘 찍히지
않는 곳이다.
스타이너 박사는 “자가검진을 하려면 제대로 배워서 매달 거르지 않고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무렇게나 하는 자가검진은 하지 않는 것 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스타이너 박사는 “최소 30분 정도 자가검진을 해야 한다”면서
“주기적으로 한다고 해도 몇 분 동안 단순히 눌러보는 정도라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넬슨 박사는 “자가검진에서 덩어리를 발견하지 않았다고 해서 유방촬영을 건너
뛰는 것은 위험하다”며 “덩어리가 만져졌다고 당황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자가검진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