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간호사, 백의천사에서 ‘섹시 걸’로
호주, 108년 영화 분석…“부정적인 묘사가 치유 방해”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에서는 간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정신병동 수간호사 수경(이보영
분)은 애인에게 버림받고 암 투병 중인 아버지 때문에 괴로워하다 정신병 환자에게
오히려 위안을 얻는다.
당신이 상상하는 간호사의 모습은 여전히 백의의 천사인가. 지난 100년 간 영화
속에서 비춰진 간호사의 이미지는 친절하고 자기희생적인 전형적인 모습에서 점차
전문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커턴 대학교 데이비드 스탠레이 박사팀은 1900~2007년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호주 등에서 제작된 간호사가 등장하는 영화 280편을 분석했더니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고 ‘저널 오브 어드밴스드 너싱( The Journal of Advanced
Nursing)’ 10월 호에 발표했다.
미국 건강포털 웹엠디 등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스탠레이 박사팀이 분석한 영화는
‘무기여 잘있거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창’, ‘가프’, ‘너스
베티’, ‘어톤먼트’ 등 이었다. 장르별로는 60%가 드라마, 20%가 코미디였으며
나머지는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 등이었다.
연구팀이 영화가 제작된 시대별로 간호사의 캐릭터를 분석한 결과 1930년 대 이전의
영화에서는 간호사가 착하고 친절한 천사처럼 묘사되는 경향이 있었다.
1930년대를 넘어서는 간호사의 자기희생적인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미스터리한
살인자 또는 불길한 역할로 등장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한층 복잡해진 심리적인
스릴러, 심리적인 살인마로 표현됐다.
더 최근에는 영화 속 간호사 캐릭터는 더욱 다양해져 전문적이면서 지적이고 힘세고
관능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 전체 280편 중 26%에서 간호사가 성적 대상물로 표현됐다.
스탠레이 박사는 “현대 영화 속에서 간호사는 과거처럼 여장부나 자기희생적인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성적 대상물로 표현되는 사례가 느는 등 다양하면서도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사례가 많다”며 “미디어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간호사의 모습이 더 지적이고 전문적으로 묘사돼야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