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없는 그날까지 가슴에 핑크리본을!”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노동영 교수

“유방암 없는 그날까지 가슴에 핑크리본을!”8일

저녁 서울 청계천(淸溪川)은 온통 분홍빛, 분홍천(粉紅川)이었다.

하늘에는 핑크빛 우산이 달렸고 청계광장에서 18m 짜리 대형 에어벌룬 로봇에

불을 켜는 점등식이 열렸다. 시민들은 유방암 환자들의 완치를 기원하며 투명상자

안에 핑크색 공을 던졌고 핑크빛 계단을 걸었다.

청계천에선 이날 여성 타악기 퍼포먼스 팀 드럼캣의 역동적인 연주와 함께 ‘핑크리본

캠페인 2008’ 행사가 막을 올렸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1992년 미국의 한 화장품 회사가 유방암에 대한 인식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홍보할 목적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시작됐고

올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 7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세계적으로는 60여개 나라가

참여했다.

이렇게 분홍빛으로 물든 청계광장의 중심에는 서울대병원 유방센터의 노동영 교수가

있었다. 노 교수는 2000년 한국유방건강재단 설립에 큰 역할을 했으며 매년 ‘핑크리본

캠페인’ 행사를 주도하는 국내 유방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노 교수는 오전 7시면 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유방암

환우회 ‘비너스’ 환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 주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현재

이 홈페이지의 ‘노동영의 Q&A' 코너에 쌓인 질문과 답변은 1만 5000개가 넘는다.

그는 연구 활동뿐 아니라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1994년부터 세계적 권위지에

그가 발표한 유방암과 관련된 논문은 100여 편이 넘고 현재 2009년 세계 유방암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다. 또한 핑크리본 캠페인을 비롯해 유방암

강좌 등 각종 행사도 이끌고 있다.

노 교수가 안타까웠던 점은 유방암 환자들이 조기 진단 시기를 놓쳐 병이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자 핑크리본

캠페인와 같은 행사를 이끌어왔다.

유방이라는 신체 부위가 여성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빨리 발견하면 유방암으로

인한 고통도 줄일 수 있고 여성의 자존심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암조기검진사업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06년 조기검진 비율은 26.5%에 그치고 있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암이지만 많은 사람이 검진을 꺼립니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유방암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부끄러움 때문에 조기검진을 잘 받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방 주변

조직에만 암이 퍼졌을 때 생존율은 70%가 넘습니다. 또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대부분

가슴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조기진단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도 노 교수는 처음 핑크리본 캠페인을 했던 2001년에 비하면 지금은 사람들이

유방암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유방암 등록 환자는 10년 전의

약 3배에 이를 정도로 환자 수가 늘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조기검진을 받는

비율 역시 약 4배 늘었다.

노 교수는 “핑크리본 캠페인과 더불어 비너스에서 자가 검진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방암에 대해 교육하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젊은 여성들이 ‘핑크리본=유방암’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핑크리본 행사가 많이

알려졌습니다. 2001년 처음으로 유방건강재단에서 핑크리본 행사의 일환으로 마라톤

대회를 열었을 때 참가자의 80%는 후원회사 직원의 가족 또는 친구들이었지만 지금은

일반 참가자가 80% 정도이고 참가자 수 역시 8000여명이나 됩니다. 그만큼 유방암에

대해 일반인들이 많이 알게 된 겁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조기진단을 받지 않아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방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로 병원에 온 환자들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아픕니다.

한 명에게라도 더 조기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 한 명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권병준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