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커피 곡물 등에서 곰팡이독소 발생할 수도
발암물질 검출 기준 정하고 검역 철저히 해야
시중에 유통되는 원두커피 속에서 발암물질인 오크라톡신이 검출돼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농산물이 밀려올수록 오크라톡신 등 여러 곰팡이 독소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이번 오크라톡신 검출을 계기로 정부가 나서서 검출 기준을 정하고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임두성(한나라당) 의원이 8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커피류의 곰팡이독소 함유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3~8월까지
수입된 원두커피 201개 제품 가운데 3.3%에 해당하는 7개 제품에서 오크라톡신이
검출됐다.
검출된 오크라톡신은 1.3~4.8ppb(ppb=1000분의 1ppm)였다. 이 정도의 양은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인 유럽연합(EU)의 5ppb 이하를 초과하지 않아 안전한 수준이다.
식약청 위해기준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75ml 용량의 캔커피에는 원두커피가
2.1g(1.2%) 정도 들어가므로 매일 660개의 캔커피를 평생 섭취했을 때 위험하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으로 커피, 보리, 호밀 등에 대한 오크라톡신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기준이 정해진 곰팡이 독소는 아플라톡신
뿐이다.
▽오크라톡신이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응용생물학전공 이인원 교수는 “이번에 원두커피에서
검출된 오크라톡신 양은 인체에 해가 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발암물질이므로 검출
자체에 소비자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며 “오크라톡신은 신장암 등 암뿐만 아니라
신경 순환기 호흡기계 질환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오크라톡신은 곰팡이가 분비하는 독소들 중 하나로 다른 곰팡이 독소와 함께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상 기후가 나타나면서 식품 저장
관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곰팡이 독소에 의한 사건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인원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된 원두커피의 오크라톡신은 국내 가공 과정에서
생겼다기보다는 원산지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열대지방에서 커피를 수확하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기후에 영향을 받아 오염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크라톡신은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기후조건을 가진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우리 일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식빵을 실온에 그냥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울긋불긋한 곰팡이가 생긴다. 이중 푸른색인 페니실리움 속의 한 곰팡이는
오크라톡신을 생성시킬 수 있다.
오크라톡신으로부터 안전하려면 무엇보다 검출 기준을 정하고 수입 단계에서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 교수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농산물에서 곰팡이 독소가 생성될 위험이
낮지만 해외에서 수입되는 커피, 대두 등의 곡물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
농산물의 의존도가 커질수록 여러 곰팡이 독소에 노출될 위험이 크지만 현재 국내에는
이를 연구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