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IQ테스트는 뇌영상 분석으로”
서울대 이건호 교수팀, 모델 개발
미래에는 IQ 테스트가 어떻게 이뤄질까? 검사지를 통한 IQ 측정 방법 이외에 자기공명영상(MRI)로
측정한 뇌 사진을 이용해 사람의 지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생명과학인력양성사업단 이건호 교수팀은 MRI로 촬영한 뇌 사진을 첨단
영상분석기법으로 분석해 지능지수와 뇌 구조 및 활동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뇌 사진을 이용한 지능예측모델을 개발해 국제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이건호 교수는 “이번 연구가 ‘지능이 과연 우리 뇌 속에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모든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까지 인지심리학적 방법으로
일관해온 지능에 대한 연구를 뇌영상 연구를 통해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의 지능은 결정성 지능과 유동성 지능으로 나뉠 수 있다.
결정성 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어휘력, 상식 등을 말하며 유동성 지능은
나이가 들면 쇠퇴해지는 기억력, 정보처리능력 등을 가리킨다.
고 박경리나 조정래 같은 소설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온
반면 나이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드문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것.
연구진은 지능의 서로 다른 측면을 뇌 과학 차원에서 설명하기 위해 MRI 사진을
이용, 뇌영상 연구를 수행했다. 450명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지능검사를 통해 지능지수(IQ)
80에서 150까지의 청소년과 대학생 225명을 선별했다. MRI를 이용해 대상자들의 뇌
사진을 찍고 첨단 영상분석기법을 이용해 지능지수가 뇌 구조와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결정성 지능에 속하는 언어능력이나 지식수준이 뛰어날수록 뇌의 왼쪽
측두엽 특정 부위(측두극, 베로니케영역)가 두꺼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동성
지능이 높을수록 전전두엽과 후두정엽 부위의 뇌 활동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습과 기억을 통해 축적되는 지능은 대뇌피질의 두께 차이로 설명되고,
추론능력이나 공간지각력과 같은 유동성 지능은 뇌신경망 회로의 원활한 정도로 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MRI 사진 분석만으로 전체지능을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이런 모델을 이용해서 지능을 예측해본 결과 기존의 지능검사지를
통한 지능예측에 버금가는 수준의 예측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현 교수는 “흥미로운 추론”이라면서 “이 샘플에
맞는 수학적 모델은 만들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반화 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김우경 교수는 “지금까지 수치화된 IQ에는 정확도
면에서 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번에 개발된 MRI를 이용한 지능예측
방정식이 실용화가 가능하다면 보다 정확한 IQ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뇌 과학은 아직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은 분야이므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교수는 “앞으로 지능에 대한 뇌신경과학적 이해가 보다 구체적으로 이뤄진다면
인지기능이나 학습능력의 이상 유무를 밝히는 데에 뇌사진 분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방법이 교육현장에서 인지기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학습방법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평가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영재를 조기에 발굴하는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온라인판 8일에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