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고 성도 무르익다
봄볕과 봄비가 갈마들며 봄이 무르익고 있다. 그야말로 만춘(晩春)이다.
옛날에는 ‘봄’ 하면 시골처녀 봄바람 나는 봄이었다. ‘봄처녀 제 오시네’ 하는 노래도 있을 정도로 봄은 여성의 계절이었다. 봄처녀는 ‘뱀눈나비과’ 나비의 이름이기도 하다. 정작 초여름인 6~7월에 나타나는데 ‘도시처녀’라는 나비와 닮았다.
한방에서는 봄이 풍목(風木)의 계절이고 새 기운이 일어나서 상승하는 때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남성은 양기(陽氣)를 쉽게 빼앗기지만, 기를 담아 키우는 본성이 있는 여성은 생기발랄해진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옳은지는 현대의학에서 호르몬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남성호르몬은 남자에게, 여성호르몬은 여자에게 있다고 착각하지만 두 호르몬은 둘에게 다 있다. 특히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성욕과 관련이 깊은데, 남녀 모두 1년 중 봄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하지만 음양(陰陽)이 섞여 있는 태극(太極)처럼 테스토스테론의 양보다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의 비율에 따라 성적 태도가 좌우된다. 여성은 봄에 남성에 비해 남성호르몬의 비율이 높아 활동적이 된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져 불쑥불쑥 성욕은 생기는데, 전체적인 음양의 조화가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해 춘곤증을 잘 타고 근무시간에도 꾸벅꾸벅 말뚝잠을 자곤 한다.
한방에서는 이를 ‘허풍바람’이라고 한다. 옛날 남성들이 봄에 개구리니 뱀이니 해서 유난히 보양식을 찾은 게 이런 연유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의 한의사들은 영양 부족 시대인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규칙적 생활과 영양분의 고른 섭취로 양기를 충분히 벌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방에서는 두릅의 어린순을 정력 강화, 피로 및 스트레스 해소의 최고 음식으로 쳐 왔다. 봄나물을 듬뿍 먹고 적당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봄을 나기에는 족하다.
봄에는 냉수마찰이나 냉•온욕 등 목욕 건강법을 시작하기에도 적기다. 특히 배꼽 아래 단전(丹田) 부위에서부터 사타구니 사이를 찬물과 온수로 번갈아 샤워하면 정력 강화에 좋다. 남성의 발기는 음경에 혈액이 유입돼서 일어나는데, 냉온 샤워는 혈관을 자극해 혈액이 원활히 순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다.
무엇보다 봄에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정력 강화의 지름길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규칙적 운동은 양기의 손실을 벌충하고 음양이 조화롭게 기능하도록 돕는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리다. 봄에 ‘허풍바람’에 휩쓸려 지나치게 밝히면 몸이 상한다는 것, 양•한방의 공통된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