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그냥요’

미모의 여성이 건달 끼 있는 소위 '나쁜 남자'에게 푹 빠졌다.

‘왜 그를 사랑 하냐’니까 ‘그냥 좋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헤어졌다.

그 이유도 '그냥요!'이다.

지난 7월 22일 동해시청 민원실에 근무하고 있는 2명의 아이를 둔 37살 된 여성 공무원은 ‘그냥, 세상이 살기 싫다'는 정신질환자의 칼에 맞아 그냥 죽어갔다.

꽃다운 여성 30여명을 죽인 ‘그냥, 묻지마 살인’의 원조 유영철은 사형 언도를 받고도 지금 태연히 국민 세금으로 하루 밥 3식을 꼬박 꼬박 시식하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2008년 6월 8일 일본 동경 번화가 아키하바라. 25살 된 청년 가토 도모히로는 ‘세상이 그냥 싫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칼을 휘둘러 무려 7명을 죽였다. 대도시 거리를 걷던 선남선녀들, 아니면 나 자신도 그렇게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고, 죽을 수도 있는 세상인 것이다.

지금도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 밑을 우리와 함께 거닐고 있다.

사람이라고 똑같은 사람이 아니다. 늘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맞지 않기 위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부사어 ‘그냥’은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라는 뜻으로 표기되어 있다.

“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젖히는 소리, 내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두리둥실 귀여운 아기 하얀 그 얼굴이 내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던 바로 그 모습이란다.”

80년대 히트 가요 중의 하나인 가람과 뫼의 ‘생일’의 한 구절이다.

이렇게 축복 받으며 태어난 인생이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지하철을 탔다가, 아니면 골목길을 걷다 ‘그냥’ 죽을 수 있는 것이 21세기 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대도시 서민들의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지 않은가?

30여명을 쳐 죽인 살인마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분 속에서 ‘인권'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 과연 참다운 민주주의인가?

이게 인권 국가의 기본인가?

본인은 바빌론 제 1왕조(아모리 왕조)의 제6대 왕이 초안했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법령인 함무라비 법전의 한 항목처럼 악행을 자행한 자들에게 ‘인권을 들먹이는 것은 사치이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동일한 보복이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느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탄압으로 자신이 억울하게 사형언도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살인마, 강간범’ 등 개전(改悛)의 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이들까지도 국가가 적극 나서서 인권을 찾아주고 있다. 이태리 다큐 감독 자코베티의 영화 제목처럼 ‘개 같은 세상 Mondo Cane'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그냥, 묻지마’ 살인을 소재로 한 것이 바로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Midnight Meat Train>이다.

'심야에 (사람)고기를 운송하는 기차'라는 뜻이다.

사진작가로 인정받고 싶은 레온(브래들리 쿠퍼).

그는 어느 날 지하철 내 건달들에게 희롱을 당한 미모의 여성이 실종됐다는  기사를  접한다.

좀 더 자극적이고 음습한 뉴욕의 도시 풍경을 필름에 담기 위해 심야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새벽 2시 6분 지하철에서 이유 없이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도축되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짐승을 때려잡는 쇠망치로 지하철 좌석에 앉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내려치는 살인마 마호가니(비니 존스).

그는 뉴욕 첼시가(街)에 있는 폐쇄된 지하철 구내에 있는 도축장의 직원.

칼과 망치, 톱날로 죽은 고기를 다루는 뛰어난 솜씨가 살아 있는 사람들을 개 패듯 죽이는 기술로 전용(轉用)되는 것이다.

눈알이 튀어 나오고 목과 팔 다리 부분이 잘려 나가 따로 떨어져 있는 모습이 흡사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현란한 영상 테크닉으로 묘사되고 있다.

망치에 얼굴을 맞아 눈알이 튀어 나오고, 그 눈알의 시점으로 짓이겨져 버린 자신의 얼굴과 절단된 하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떨어져 나간 머리 부분이 물끄러미 자신의 하체 부분을 보여주는 장면도 더해지고 있다.

이런 영상 설정에 대해 일본 출신 연출자 기타무라 류헤이는 ‘뜻하지 않은 공포에 직면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하고 끔찍한 현실을 드러내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이제 도륙(屠戮)되어 죽어 나가는 인체 손상 장면이 ‘21세기 새로운 호러 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는 세상이 됐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증표(證票)가 되고 있다. 즉물적으로 보여주는 선혈이 낭자한 살인 장면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다. 8월 21일 개봉.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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