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수술남발 자정운동 벌이던 의대교수 개원가로

“원칙은 지킬 것. 서비스 정신부터 배워야죠”

개원가 수술남발 자정운동 벌이던 의대교수 개원가로“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할까요? 척추 수술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나만 도태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답답했습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데에 대학병원보다 전문병원이 더 빠른 것이 사실입니다.”

척추전문병원인 나누리병원은 지난달 25일 인천 부평에 제2병원을 개원하면서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오성훈 교수를 원장에 임명했다. 오 원장은 대학병원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위를 버리고 척추전문병원 원장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나누리병원은

오 원장과 함께 인천 힘찬병원 신경외과 과장을 역임한 이동걸 전문의를 공동원장에

임명했다. 오 원장은 1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고백하지만, 이제야 환자 눈높이에 맞출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동안 ‘교수’라는

타이틀이 환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갖게 했다는 반성을 합니다. 저도 환자에게

짜증냈던 일도 많았고, 환자의 불편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분명히 반성할 부분이죠.”

대학교수 시절 오 원장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 환자를 다그치는 의사로 소문났었다.

그는 요즘 서비스 마인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명예원장’을 맡아 달래요. 골방에 틀어 앉아 잔소리나 하라는 거지.

이렇게 팔팔한데…. ‘그런 거 안 하겠다’ ‘직접 환자 보겠다’고 우겼죠.”

“나누리 병원은 딱 필요한 수술만 하잖아요. 무분별한 수술은 저도 절대로 반대합니다.

수술 수익이 낮더라도 가장 검증된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장일태 나누리병원

이사장의 철학은 저도 지향하는 바입니다. 만약 장 이사장과 이런 철학을 공유하지

못했다면 제가 옮기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옮긴다고 해도 금방 쫓겨 나겠죠.”

오 원장은 미세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수술 및 디스크 성형술 전문가다. 미국신경외과학회

최소심습 분과 세미나에서 초청강연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 오 원장은 쓸데없는 수술은 안 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척추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척추 포럼 멤버였다. 척추 포럼은 ‘개원가의 과잉 척추 수술’에 대해

자정운동을 촉구하기 위해 대학병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2003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과잉 척추 수술에 대한 자정 움직임은 개원가에서 먼저 시작됐다. 1998년에 만들어진

‘바른척추연구회’는 환자들을 위한 적합한 치료법을 공동 연구하고 불필요한 수술은

지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 척추 수술 개원의의 모임이다. 오 원장은 척추 포럼에서

바른척추연구회로 옮긴 형태가 됐다. 

“척추 포럼과 바른척추연구회의 지속적인 교류 결과, 무분별한 수술을 반대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시술을 한다는 컨셉이 이젠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고

확신합니다. 과잉진료는 지양하면서도 대학병원보다 더 전문화돼 운영되는 시스템이

저를 전문병원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오 원장은 대학병원에서 전문병원으로 옮겼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손해보험,

자동차 보험 등의 위원직은 그대로 맡는다.

“예전에는 대학교수만 하던 직책이었어요. 제가 전문병원으로 옮기는 걸 알면서도

그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습니다. 제가 돈을 쫓아 병원을 옮겼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나누리병원’이 가진 목표, 철학을 거부감 없이 받아 들인 결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비록 전문병원으로 자리는 옮겼지만 변해선 안 된다고 여기는 것이 있다. 돈을

좇아 무분별한 수술은 하지 않겠다는 것. 그는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환자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병원, 연구하는 병원을 만들 계획이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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