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을 이해하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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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을 실감합니다. 웹2.0은 확 자르고 줄이면 '쌍방향 인터넷 이용환경'으로 정리됩니다. 포털이나 인터넷사이트 운영자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게시판에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웹1.0)을 넘어서는 단계지요.
IT기기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뿌리고' '함께하는' 환경입니다. 콘텐츠 소비자들이 워낙 적극적인 탓에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메트카프의 법칙(Metcalfe's Law)은 인터넷 시대에서 웹2.0이 지닌 힘을 잘 설명합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지요. 두 명이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한 명이 사용할 때에 비해 두 배가 아닌 네 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매일 10만 명 이상이 들어와 '만들고' '뿌리고' ‘함께하는’ 사이트와 겨우 100여 명이 들어와 그저 뭐가 있나 들여다보고 나가는 사이트가 지닌 네트워크에 대한 가치비교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네트워크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서 뚜렷이 부각되는 가치입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위력을 발휘하지요. 경제 분야의 비즈니스이든 정치판의 선거이든, 네트워크는 다양한 모양새로 힘을 과시합니다.
인터넷 변화 핵심 키워드는 ‘참여와 공유’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인터넷환경을 이루는 주변에 주목합니다. 네트워크를 구성․유지․확장하는 기반이기 때문이지요. 인터넷은 전 세계의 PC를 연결시켰고,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립니다. 따라서 네트워크 시대에서는 이리저리 거미줄처럼 얽히고 짜인 다면적 관계가 보편화됩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웹2.0은 다면적 관계사회를 더욱 확대·심화시킵니다. 집단이나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한 핵심인 컨센서스(Consensus, 공감대)를 만드는 방식이 과거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매우 특별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어떤 영역에서도 과거의 상명하복(上命下服) 방식에 기초한 컨센서스는 꿈도 꿀 수 없지요. 다면적 관계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이렇게 해야 합니다'는 상명이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하복으로 귀결되기는 어렵습니다.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김창곤 박사(전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는 웹2.0 시대의 리더는 '소비자 파워'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경제 쪽에서는 '고객 파워'로, 정치 쪽에서는 '유권자 파워'로 이해해도 될 것입니다.
김 박사는 최근 펴낸 저서 <미리 가본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디지털환경의 변화는 소비자들을 단순한 콘텐츠 사용자가 아닌 ‘생산자적 소비자(Prosumer)’로 변신토록 유인했다"며 "웹2.0의 핵심키워드는 '참여'"라고 설명합니다.
김 박사는 이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얘기합니다. 기업 차원에 국한됐던 협업 대상이 일반 개인으로까지 확장됐다는 것이지요. 다면화된 관계에 기초한 사회에서 효율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을 1인 기업으로 여길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소비자의 위상과 힘, 그리고 역할이 커졌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진정성에서 출발할 때 감동, 신뢰, 협력 얻어
네트워크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요. 메트카프와 김창곤 박사는 '공개'와 '신뢰'를 강조합니다. '네트워크 위에서 열어놓아라, 단 진정성을 담아라'고 말합니다. 폐쇄가 아닌 공개만이 다양한 형태의 협력전략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공개된 콘텐츠 안에 진정성에 기반한 감동이 흐를 때, 비로소 협력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경제인구의 70%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청계천 광장의 촛불문화를 통해 확인된 인터넷 토론문화와 1인 디지털미디어는 웹2.0의 위력을 확인시킵니다.
청계천 부근 한 구석에서 촛불집회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정부 관계자가 "인터넷이 문제야. 확 잘라버릴 수 없나"라고 말했다는 '괴담' 축에도 끼지 못하는(말도 안 되는) 낭설 수준의 전언을 굳이 되새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웹2.0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진아 정부'와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니까요.
웹2.0을 넘어 웹3.0의 개념을 정립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힘쓰는 선진 외국의 발걸음을 두고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