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님의 추어탕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면 고국에 계신 어른들이 생각난다. 엊저녁엔 오랫만에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뼈대있는 가문의 따님으로 늘상 꼿꼿하시던 어머님의
등뼈가 조금씩 굽기 시작하면서 젊을 때의 팔팔하시던 성격도 누그러졌다고 웃으셨는데
마음 한구석이 살짝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사실 어머님의 굽은 등을 보면, 나이 들어가는
우리 모두에 느끼는 연민 이외에도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헤쳐가야 했던 세파의 무거움과
고단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있으신 어머님의 단골메뉴 중 하나는 “보리고개”인데
그 중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머님이 젊었던 새댁때의 일인데 연이은
흉년으로 그 봄이 몹시 어렸웠다고 한다. “매끼니 돌아오는게 무서웠으니까, 하여간
식구 중에 누군가가 미꾸라지 한마리를 잡아왔었어. 오랫만에 남의 살 구경을 하는구나
하여 큰 솥에 물을 붓고 풋배추 썰고 된장 풀고 밀가루 반죽 뜯어 넣고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역시 남의 살이 좋구나 했었지.” 그런데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난게 아니고
그 다음날 아침을 하시다가 부뚜막을 훔치셨는데 부뚜막끝에 반쯤익어서 말라죽은
미꾸라지 한 마리를 발견하셨다는 일이다. 뜨거운 국솥에서 탈출한 그 미꾸라지를
발견하신 후 허망했던 마음은 나로서는 감히 가늠할 수도 없다.
어머님이 나이드시면서 특히 뼈가 약해지셔서 늘 마음이 안스러운데 워낙 젊으셨을
때 칼슘섭취가 부족해서 그러신게 아닌가 하여 더욱 마음이 아프다. 사람의 뼈도
근육처럼 나이가 들면 석회질이 빠져나가는데 특히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는 석회질이
나가는 속도가 높으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심하면 골다공증이라고 뼈에 구멍이 뻥뻥
뚤릴정도로 석회질이 빠지는 약한 뼈가 되어 자주 골절을 입게 되어 노년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삼사십대부터 신경을 써서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걷기나 뛰기 혹은 웨이트 트리이닝으로 뼈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뼈가 단단해지고 석회질의 자연소실이 감소된다고 한다.
칼슘정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폐경기이후에 에스트로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섭취 효율이 좋지는 않지만 안드시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연구보고들이
나와 있다. 약 드시는 걸 싫어하시는 우리 어머님께는 초코렛이 섞인 칼슘제를 보내드리는데
그 조그마한 캔디조각에 미꾸라지 백마리쯤의 뼈가 있다고 말씀드리면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라 너도 허풍은 참 못말리겠다”고 하신다.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