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환자와 약값 할인카드
직업도
직업인데다 워낙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선지 ‘나이가 많은 친구분들’이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가실 일도 많고 드시는 약도 가짓수가
많고 해서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저런 속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특히
의사선생님들과의 관계, 혹은 의사소통이 아주 중요한 화제 주의 하나다.
누구나 알다시피 만성병을 관리하는 데 의사선생님과 효과적인 의사소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편한 우리 이민 1세의 어른들 중에는 한국 의사선생님들에게
가는 것이 편한 일이라서 지역사회에서 명망이 높은 한인 의사 선생님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단지 같은 한국말을 쓴다고 해서 항상 치료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한다고 가정하는 데는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의사 선생님 앞에만 가면 괜스레 주눅이 들어 물어보고 싶은
말을 다 물어보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의사선생님의 권고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을 하시는데
그 중 하나는 약이 “좀 센 것” 같다며 짤라 드시기도 하고 남의 약이 “잘 듣는
것” 같다며 얻어 드시기도 한다.
그 뿐 아니라 어떤 분은 만성병에는 꾸준한 장기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치료약을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끊으시는 일도 있다. 얼마 전에는 오랫동안 뵙지 못하다가
우연히 만난 어른 한 분께 그동안 혈압과 당뇨관리를 잘하고 계신가 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이제는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어서 치료를 끝냈다고 대답하셨다.
다시 직업의식이 발동해서 이유를 꼼꼼히 여쭈어 보았더니 사실은 만만치 않은
약값이 치료약을 끊은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아팠다. 이것 저것
여쭈어보니 메디케어 혜택을 받고 있지만 처방약 할인 카드나 다른 처방약 절약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고 계셨다.
이 처방약 할인 카드 프로그램은 약값이 너무 비싸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바로 이런 분을 위해서 만들어진 한시적인 프로그램이다. 조금 복잡하기는 해도 메디케어를
받고 있고 해당이 되는 경우 한번 신청만 하면 처방약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다행히 우리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에서 많은 한인 노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으니 퍽 다행이다. 내 건강의 주인이 나인 것처럼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