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서 모자람만 못한 것
허리
디스크는 불필요한 수술 또는 과잉치료의 가능성이 다른 어느 의학 분야보다 높다.
미국의 동부 지역(뉴욕)과 서부 지역(캘리포니아)의 같은 인구당 허리 디스크 수술
빈도를 비교했는데 서부 지역이 동부의 2배였다고 한다.
왜 서부 지역에서 척추 수술이 많이 이뤄질까 조사해보니 서부 지역의 척추외과
의사가 동부 지역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허리
디스크의 병의 경과를 고려할 때 일생 동안 살아가면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0.5% 이내여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3, 4%가 디스크 수술을 받아 그 빈도가 스코틀랜드나 영국의 5~10배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척추 수술이 같은 인구당 미국의
몇 배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척추수술
건수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의료기관별로 수술 건수가 엄청
차이가 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몇몇 의료기관의 디스크 수술 건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것이다.
과잉치료는 수술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교정 치료, 한방
치료, 보조기 치료 등의 방법으로 디스크를 치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들이 환자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1987년 척추 분야의 권위 있는 상(賞)인 볼보상(Volvo Award)을 수상한 논문에서
논문 저자인 와델(Waddell)이라는 의사는 “요통을 치료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아프리카에는 요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요통을
치료하는 사람들(의료인, 비의료인 포함)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오히려 요통 환자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irony)인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