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허리 굽는 병
40,
50대는 아직 허리가 굽을 나이가 아닌데도 활동력이 왕성한 중년의 나이에 허리가
굽어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 ‘요부 변성 후만증’이란 병 때문이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병이지만 우리나라 시골 어디에 가든 이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여성이며,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것이 보편화된 동양권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병이다. 의자생활을 주로 하는 서양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병만큼 동양과 서양의 지역적 차이가 큰 병은 별로 없다.
이 병은 1996년 우리나라 학계에 처음 보고되었다. 그 이전에도 환자가 많았지만
의사들이 병의 존재 자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디스크나 협착증으로 오진되었다.
이 병의 증상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허리가 구부러지면서 잘 걷지
못한다. 둘째, 냄비나 화분 등 조금이라도 무거운 물건은 들지 못한다. 셋째, 평지보다
계단이나 언덕길에서 걷는 데 더 힘이 든다. 넷째, 주방에서 설거지를 할 때 몸이
앞으로 굽기 때문에 팔꿈치를 싱크대에 받치고 일을 하므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팔꿈치에
굳은 살을 가지고 있다.
허리를 지지해주는 근육은 크게 허리를 앞으로 굽혀주는 복근과, 허리를 펴주고
뒤로 젖혀주는 허리 뒤쪽의 신전근의 두 가지가 있다. ‘요부 변성 후만증’은 오랜
기간 논밭이나 방바닥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습관 때문에 신전근이 점점 망가지면서
발생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굽은 허리를 펴주는 교정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하는
데 7, 8시간 이상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큰 수술이며, 수술 후 재발도 많다.
따라서 병이 발생한 뒤 고생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젊어서부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은 생활습관을 살짝 바꿈으로써 가능하다.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습관을 버리고
가급적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해야 한다면, 15~20분에 한번씩 일어나서
허리를 쭉 펴주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허리 근육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을
하루에 10분 정도 해주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금이라도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