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정사
“아름답지만
성질 사나운, 그래서 그 표독함이 언젠가는 나를 해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게 되어버렸어…, 늘상 하는 이별 연습도 별 소용없고….”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 네가 사랑하는 것은 너 스스로
만들어내는 분위기일 뿐이야. 그 뿌연 연기 속을 들여다보면 늙은 마녀같이 앙칼지고
냄새 나는 그것이 네 목을 죄고 있을 뿐…. ”
얼핏 들으면 위험한 정사 중인 사내와 애정을 가지고 충고하는 친구의 대화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위의 대화는 유난히 감성적이면서 담배를 오래 피워왔던
후배와 얼마 전에 나눈 이메일 대화이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여자들이 피는 담배 냄새에는 왜 죄의식의 냄새까지 섞여야
하는가’ 를 여권운동의 기점으로 삼아서 용감무쌍(?)하게 백주 대낮에 상대방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맞담배를 피던 후배라서 그녀가 아직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쓰러운 일은 그녀가 몹시 끊고 싶어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냉정함을 가장한 글에 뚝뚝 묻어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만 해도 작년에 폐암으로 사망한
여자들이 69,000명에 달하며 이는 유방암으로 사망한 40,000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여권운동으로 담배를 당당히 같이 피울 권리를 얻은 우리들은 이제 폐암으로 죽을
권리도 같이 얻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여자들이 폐암으로 죽은
숫자는 연 600%씩 놀랍게 증가해왔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담배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서 담배연기에 노출되면 그 폐해가
훨씬 크다. 여자들의 몸이 담배에 포함된 위해 물질로 손상받은 DNA를 치유하는 힘이
약해서인지 또는 여자들에게 많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일단 변성되기 시작한
폐암조직을 더 빨리 자라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연구결과가 없다. 확실한
것은 폐암 중 90%는 담배를 피우지만 않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게 되는 여성분들 중에 아직도 담배와 ‘위험한 정사’를 계속하시는
분이 있다면 과감한 이별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