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만
뜨면 홍수처럼 밀려오는 각종 건강정보와 광고 속에서 옥석을 가려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명한 국제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커피가 심장과 혈압에 좋지 않다”라는 논문이 발표된 지가 불과
몇 해 전이었는데 최근에는 커피가 당뇨에 좋다, 또는 치매에 좋다느니 하는 반대
논문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반되는 주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대문짝만하게
제목만 키우는 신문 기사들을 대하면 나도 긴가민가할 때가 많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서 유포되는 한국말로 된 매체에는 온갖 건강식품 혹은 유사
의약품 광고가 난무하고 있는데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주장도 많다.
한인들은 의료보험 가입률이 낮고, 가입했더라도 본인부담률이 높은 보험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틈새를 교묘히 파고드는 광고에는 웬만한 지식을 가진 분들도
속고 실수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만성 성인병인 고혈압과 당뇨 등이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되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기 부정’의 기간이 있다.
이때에 성인병에 특효약인 대체 식약품을 먹으라는 광고를 보면 값의 고하를 막론하고
한번쯤 기대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이런 광고들은 ‘비지떡’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황당한 주장으로 포장하기 일쑤이고, 그 주장이 황당할수록 값만 비싸게
마련이다.
문제는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건강식품과 약품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인사회에 만연한 위생과 건강에 대한 강박관념에 편승한
‘인체청소’가 그 좋은 예가 된다. 인체가 무슨 집이나 가구도 아닌데 웬 ‘인체청소’
광고가 그렇게 많은지…. 장(腸) 청소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혈액청소,
간 청소, 자궁 청소에 이르러서는 그저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지름길은 올바른 상식을 가지고 그 상식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만성 성인병에 몇 번 먹고 낫는 특효약이 있다면 발명자는 노벨상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빌 게이츠처럼 억만장자가 될 텐데, 왜 그런 제품 장사가 작은 한인사회
안에서만, 그것도 허접한 광고지를 통해서만 계속되고 있겠는가? 건강에는 왕도가
없다. 올바른 식생활을 하면서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며, 몸에
해로운 담배나 술 마약 등을 멀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