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신약제 처방의 위험
요즘
머리를 좋게 하는 탕제, 키를 크게 하는 신물질, 시험을 잘 보게 해주는 약제, 정력을
강하게 해 주는 환약 등을 개발했다는 병의원, 한의원의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본다.
하지만 이런 약제들이 철저한 시험과 검증과정을 거친 것인지 궁금해진다. 인체에
사용되는 약제를 개발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년 내지 수십 년의 시간을 요하는
철저하고 복잡한 과정이다.
옛날 옛적 신통한 도사가 비방에 따라 특효약을 제조하듯이 한 개인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약제를 만들던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제조된 약제가 설령 몇몇 환자에게서 효험이 있었다 해도 인체에 함부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사용 이전에 정말 효험이 있는지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약제 개발자가 선택한 몇몇 환자가 그 약의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다수(多數)의 다른
환자에서도 반드시 효험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과정은 기초탐색과정, 전(前)임상과정, 임상 1상 시험, 2상 시험, 3상
시험, 4상 시험 등 대략 6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들 과정에서 약리시험, 동물을 이용한
독성시험, 인체 대상의 임상 시험 등을 하게 된다. 인체에 사용하기 전에 안전성,
유효성, 부작용 등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약제도 막상 다수의 환자에게 널리 사용되었을 때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부작용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경안정제로 널리 사용되었던 ‘탈리도마이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가 팔, 다리 없는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관절염 치료제인 ‘바이옥스’가 있다.
철저한 개발과정을 통해 FDA의 승인을 받고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던 바이옥스는
한때 아스피린 이후 가장 획기적인 약으로 평가를 받았으나 사용한 지 10년 가까이
지나면서 일부 환자에서 심장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 발견되어 사용이 중지되었다.
이와 같이 어떤 약제들은 소수의 환자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다수의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한다. 인체에 사용되는 약제는 양방 약제이건,
한방 약제이건 사용 전에 안전성, 유효성, 부작용 등이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