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유통기간
시장을
자주 못 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식품을 한꺼번에 사놓는 터라, 가끔씩은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을 먹곤 한다. 미리 보고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시큼한 맛 때문에 다른 음식까지 버려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에 요즘은 애써
유통기간을 확인하려는 버릇을 키우려고 한다.
눈이 그런 쪽으로 맞추어져서인지, 며칠 전에는 일요일 신문에 난 부고란을 보다가
사람에게도 어쩔 수 없는 유통기간이라는 게 있구나 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 제임스 (1921-2004), 사라 파커 (1960-2004), 존 스미스 (1938-2004)... 아무리
품질(?) 좋은 사람이라도 백 년이 넘는 유통기간을 가진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을
뿐더러 아주 안타깝게 짧은 생을 산 사람들도 꽤 눈에 많이 들어왔다.
요즈음은 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신체 주요 장기들도 유통기간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관절 등의 신체부분은 자연수명이
다하면 인공관절로 대치하는 등 점점 그 대체 영역이 넓어지고, 기능도 한 단계 높아졌다.
물론, 인공장기나 다른 대체품으로는 아직도 기능을 대치하기가 어려운 뇌, 심장,
신장 등의 중요 부위들은 가능한 한 자연유통기간을 길게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최선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똑같은 자동차도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는 것처럼 신장, 뇌 그리고 신장 등은 사용자에 따라 자연수명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질병을 예방하여 주요 장기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타고난 천수뿐 아니라 그 이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자의건 타의건
간에 신체를 혹사하면, 장기에 이상이 와서 유통기간이 단축된다는 것은 단순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물론 인생의 목표가 꼭 오래 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고, 건강도 기계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다만 주어진 기간 만큼이라도 건강하게 사는
것은 큰 복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유통기한을 넘어서라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건전한
생활습관을 지니는 것이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의무일 것이다.
목숨을 다하는 날로 끝나는 신체적 유통기간을 그렇다 치고 정신적 유통기간은
얼마인지… 누군가가 나를 좋은 마음으로 기억해준다면 그 기간 동안도 유통기간으로
생각해야 되는지.. 지혜로운 독자들의 현답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