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곤충학자의 진지(眞摯)한 결론
“곤충학자가
벼룩에 관한 실험을 하였다. 1단계 실험에서 벼룩에게 ‘뛰어’ 명령하니까 벼룩이
톡톡 잘 뛰었다. 2단계 실험에서 벼룩의 다리를 다 떼어내고 다시 ‘뛰어’ 명령하니까
벼룩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단계의 실험을 통하여 이 곤충학자는 ‘벼룩은 다리를
떼어내면 잘 듣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어리석은 곤충학자의 황당한 결론이라고 웃고 흘려버릴 수도 있는 농담이다.
하지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주변에서 이와 같은 사례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한때
새로운 디스크 치료법이라고 언론을 통하여 크게 소개된 적이 있는 오존치료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오존치료는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치료를
국적불명, 정체불명의 치료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오존치료를 처음 소개했던 의사들은
‘오존치료로 요통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치료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앞의 곤충학자를 연상시킨다. 오존치료를 하고 요통 증상이 좋아진 경우
과연 오존치료 때문인지, 오존치료 후 누워서 쉬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존치료와
함께 사용한 진통소염제나 물리치료 때문인지 분명치 않다. 요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증상이 왜 좋아졌는지 이 변수들을 하나하나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존치료를 하고 증상이 좋아졌으니까 오존치료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앞의
곤충학자의 비과학적인 결론과 다를 바 없다.
어떤 특정한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백번 양보하여 오존치료가 몇몇 환자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역시 곤충학자와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동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엉뚱한
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