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짜리 디스크 수술
최근
디스크 수술을 5~10분만에 감쪽같이 할 수 있다는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본다. 어떤
병원에서는 10분, 인근(에 위치한) 경쟁 병원은 5분, 또 다른 병원은 5~10분 걸린다고
한다. 바로 수핵성형술(nucleoplasty)이라는 수술법의 광고이다. 디스크 수술의 속도
경쟁이다.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의료광고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이다.
디스크를 째지 않고 간단히 수술하려는 시도는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효소주사
요법, 뉴클레오톰, 레이저 수술 등의 경피적 수술법들로, 처음에는 환상적인 방법으로
소개되었지만 몇 년 지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시들해지곤 했다.
수핵성형술은 이런 맥락을 잇는 새로운 경피적 수술법이다. 기존의 레이저 수술이
섭씨 400°C 정도의 고열 때문에 주변 조직의 화상의 위험성이 있는 데 반해,
수핵성형술은 고주파(radiofrequency)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술 온도가 60-70°C
정도로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조작이 간편하니 일단은 환상적인 수술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새로운) 방법의 대상 환자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
방법은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가 6mm 이내의 파열되지 않은 작은 디스크 환자가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굳이 고가의 수핵성형술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진다. 만일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면 간단한 스테로이드 주사요법으로
수핵성형술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정작 수술을 요할 환자는 수핵성형술
등의 경피적 방법으로는 좋아지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수핵성형술의 대상
환자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5~10분짜리 수핵성형술로 마치 모든 디스크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군다나 광고의 한 구석에 엄청 튀어나온 큰 디스크가
싹 사라진 MRI 사진을 같이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수핵성형술로는 (절대)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