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면 한국인 어깨 가볍게 할까, 어깨 무거워요”
박진영 교수, “한국인 가벼운 어깨가 꿈”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었던 유명 선수가 어깨 탈골로 프랑스에서 2번 정도
수술을 받았었어요. 작년에 이 선수가 국내서 경기를 하다 어깨가 빠져 제가 수술한
적이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절개수술이었지만, 국내에선 관절경으로 수술했습니다.
선진국의 의료 기술보다 전혀 뒤처질 것이 없죠. 프랑스에선 안 되고 국내에선 가능했던
이유요? 제가 쭉 어깨만 봐왔거든요. 현재 그 선수가 필드에서 잘 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쁘죠.”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박진영 교수는 어깨 때문에 어깨가 무거운 의사다. 학계와
스포츠계, 환자 모두가 주목하는 ‘어깨 전문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어깨를 가볍게 하느라 어깨가 무거운 ‘역설의 의사'인 셈이다.
그는 올해 제마스포츠의학상, 골절학회학술대상, 아시아태평양정형외과 우수논문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베이징올림픽 주치의 3명 중 한 명으로 한국 스포츠가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온 환자들이 그의 세심하고도 친절한 진료에
감동을 받고 있다고 병원 안팎에서 소문나 있기도 하다.
그는 15여년 전만해도 어깨 분야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정형외과 진료에
어깨를 중점으로 보기 시작한 선구자다.
박 교수는 원래 척추를 전공하려다가 어깨를 택했다.
당시 외국사례에서 어깨통증의 치료결과가 뛰어나 ‘환자가 기쁘면 의사도 기쁘다’는
신념을 충족시켜 줬기 때문이다. 어깨는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인데도 국내에서는 집중적인 치료가 부족했다. 집중 재활치료만 있다면 예후가
매우 좋은 어깨의 매력에 점차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정형외과는 ‘웃는 병동’입니다. 환자가 잘 치료되고 회복된다는 말이지요.
특히 어깨 환자는 80~90%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합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질 높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치료가 잘돼 환자가 기쁘면 저도 행복해요.”
정형외과 쪽은 사실 의학계에서 세분화가 가장 잘 돼 있는 진료과목에 속한다.
목, 무릎, 엉덩이, 팔, 어깨, 척추 등 몸의 부위에 따라 진료 분야가 다르다. 특히
어깨는 거의 모든 스포츠 활동에서 주요 기능을 하는 부위기 때문에 그만큼 부상이
잦다.
“스포츠 선수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 중 하나가 어깨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 외에 선수의 트레이너들에게 어깨 부상 시 응급처치 요령, 마사지 등의 지식을
교육하는 일도 많죠. 선수들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름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지만
많은 스포츠 선수의 어깨 재활치료를 돕고 있습니다. 또한 어깨 통증은 컴퓨터 사용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에게 잘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오죠.”
박 교수는 2008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표 선수단의 책임 주치의를 맡아 올림픽
기간 동안에 선수들의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의 부상 투혼이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10명의 뼈가
부려졌고 3명은 탈골로 고통을 호소했으며 선수 245명 중 3분의 1정도가 다쳤다.
박 교수는 이들 선수 뒤에서 숨을 죽이며 그들의 표정이나 상태를 누구보다 더 긴장하며
지켜봤다.
“올림픽에서 의무진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부상을 예방하고, 다친 선수들을 빨리 치료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하는 일이 첫 번째였죠. 두 번째는 선수들이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겨 사전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하고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선수들은 도핑테스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의 주치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에서는 이번 올림픽에 주치의만 24명이 파견됐다. 각 종목별로
거의 한명씩 주치의가 따라 붙었던 셈.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박 교수를 포함해 주치의가
3명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경기에 의무진이 와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경기를 펼친다고 해요.
아무래도 경기 중 다쳐도 금방 응급처치가 가능한 믿을만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생기기 때문이겠지요.”
그는 건국대병원에서 환자와 허물이 없는 대표적 의사로 꼽힌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환자와 애기하며 환자의 얼굴을 보며 지내잖아요.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내 어머니라는 생각으로, 혹은 내 자녀라는 생각으로
대하면 한결 편해요.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 주듯이 더 정성을 들이게 되고,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