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하고 애 받을 의사가 사라진다!
07년 전공의 수련포기, 산업의학>흉부>산부인과>소아청소년 順
[초점]급박한 생명을 다루는 심장수술은 물론 산모의 건강과 출산을 책임질
외과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피부미용 등 소위 돈 되는 진료과로 전공의가 몰리면서, 외과계열과 기초 진료과는
더욱 외면받는 모습이다. 외과계열 의사의 감소는 국민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장기적으로는 외과의사 수입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사명감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의료환경이 급변했다.
실제로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 모집에 어려움이 많다. 산업의학과와
병리과, 외과 등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들 진료과는 전공의 수련포기율이 많게는
20%에서 적게는 10% 수준에 달한다. 가뜩이나 적은 지원자들이 중도 수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대한민국의
의료가 흔들리고 있다.[편집자주]
데일리메디는 최근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실과 공동으로 '최근 5년간 전공의 수련포기율(보건복지가족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과계열과 기초 진료과
전공의 수급이 매우 불균형했고 포기율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피부, 재활의학과
등 잘나가는 진료과의 수련포기율은 3%에도 못미쳤다. 진료과별 전공의 수급 양극화가
의료계를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공의 수련포기율은 산업의학과와 흉부외과가 20%를 넘기면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흉부외과는 2006년에 비해 2배 이상 급상승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이 특히 더 심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병리과, 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등도 10%가 넘는
수련포기율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외과계열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결핵과는 포기율이
50%에 달했지만 총 모집정원이 2명에 불과해 통계상 의미가 크지 않았다.
22일 원희목 의원실의 '최근 5년간 진료과별 전공의 수련포기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의학과의 수련포기율은 20.7%로 가장 높았다. 20.6%에 달한 흉부외과도 심각한
수련포기 사태를 겪었다.
이어 산부인과(16.5%), 소아청소년과(15%), 병리과(14.6%), 외과 (12.8%), 비뇨기과(12.4%),
예방의학과(12%), 이비인후과(11.5%) 등의 순이었다.
산업의학과는 지난 2005년 수련포기율이 3.7%에 불과하던 것이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흉부외과의 수련포기율은 지난 2003년 20%를 시작으로 2004년 22%, 2005년
10.6%, 2006년에는 8.1%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20%대로 급상승했다.
저출산으로 고심하고 있는 산부인과도 예외는 아니다. 산부인과는 2003년 18.1%,
2004년과 2005년에는 16%, 2006년 24.8% 등 줄곧 비인기과 신세를 면치 못했다.
산부인과의 어려움은 소아청소년과로 그대로 옮겨갔다. 이 진료과는 2003년 5.4%에서
2004년 8.3%, 2005년에는 4.2%에 불과했지만, 2006년 들어 11.6%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3.4%가 더 뛰었다.
외과도 비슷한 처지다. 외과의 수련포기율은 2003년 10.4%를 비롯해 2004년 11.9%,
2005년 7.3%, 2006년 14.3%, 지난해 12.8%를 기록했다. 매년 10%를 꾸준히 넘긴 셈이다.
비인기과로 분류되는 병리과와 예방의학과 등도 10%가 넘는 수련포기율을 보였다.
공통적으로 개원이 어렵거나 수익성이 악화된 진료과의 수련포기율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자본의 논리가 의사 세계에도 뿌리깊게 자리잡았다.
전통 외과계가 힘든 시기를 겪었다면, 재활의학과와 피부과·성형외과 등은
상반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 진료과는 3% 이하의 수련포기율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재활의학과의 선전이 눈부시다. 재활의학과의 포기율은 0.9%로 집계됐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재활의학 전문의 구인난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신경과(1.1%), 정신과·가정의학과(1.4%), 성형외과(2.4%), 피부과(2.5%)는
3%를 밑돌았다. 신경외과(3.8%)와 내과(4.5), 진단검사의학과(4.4%), 핵의학과(5.6%),
정형외과(6%) 등은 비교적 수련포기율이 낮았다.
다만 피부과, 성형외과와 함께 3대 인기과로 불리는 안과가 지난해 9.3%의 수련포기율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안과의 경우 지난 2006년에는 수련포기자가 한명도
없었다.
방사선종양학과는 지난해 수련포기율이 0%였지만, 2006년에는 45%에 달하는 등
매년 심각한 편차를 보였다. 전공의 정원이 작아 통계상의 변동이 컸다.
이들 진료과는 적게는 0%에서 많게는 6~7%대를 유지했다. 개인의 사정에 의한
중도포기를 감안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 김성훈 회장(가톨릭의료원 수련교육부장)은 "전공의
중도 수련포기는 진료과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과 적성, 수련병원의 조직문화 등이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필수의료 분야에서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향후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원희목 의원은 전공의 수련포기율에 대해 "국내 의료계의 근간인 외과계열의
전공의 이탈은 수술의사 부족사태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며 "향후 10년
후에 동남아 국가에서 외과의사를 수입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원 의원은 "전공의들이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수련할 수 있도록 보건복기자족부와
관련 기관은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우선 생명과 직결된 진료과에
한해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7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상준·신의연기자 (webmaster@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8-09-22 07:00
출처 |
데일리메디( www.dailymedi.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