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논문 200편 톺아보니 광우병 파동은 난센스”

‘브릭 논객’ 피카소,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발간

“과학논문 200편 톺아보니 광우병 파동은 난센스”광우병 파동으로 뜨겁던 5월 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가 운영하는 과학자

커뮤니티 브릭(Bric)과 건강의료포털 코메디닷컴(www.kormedi.com)에 연재돼 화제를

일으켰던, 닉네임 ‘피카소’의 광우병에 대한 글들이 책으로 선보였다.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에서 저자는 ‘피카소’라는 닉네임을 버리고 ‘유수민’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저자의 프로필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했지만 본명, 근무처

등의 개인 정보가 알려지는 것에 민감해 했다. 유 씨는 만성 퇴행성 뇌질환과 신경계,

근골격계 질환을 다루는 의사이기도 하다.

2008년의 봄은 광우병으로 시작해서 광우병으로 끝났다. 광우병은 수의학, 분자생물학,

질병역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과학’의 대상이어야 함에도 쇠고기

안전에 대한 과학적 토론의 장은 마련되지 못한 채, 정치의 언어만이 판을 쳤다.

이 책은 과학책이다. 최신 연구 성과를 기초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로 쓰여진 책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편견이나 오해 없이 상세하게 기술하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국내 생물학 연구자들의 정보교류마당인 브릭에서 지난 4월 광우병 및 인간광우병에

대한 체계적인 국내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자, 유 씨는 개인적 차원에서 수 백 편의 관련 논문을 찾아 섭렵한 후 수시로

브릭의 소리마당에 게시했다.

그는 몇 해 전 ‘황우석 사태’ 때 논문 허위 조작사실을 밝혀 사기극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 브릭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브릭에 연재했던 글을 토대로 △인용된 과학적 논문을 재확인, 보강하고

△브릭 등에서 제기된 지적과 반론까지 아울러 다양한 논문들을 균형감각을 가지고

검토했으며 △광우병의 미래와 예방에 관한 글들을 새로 추가했다. 전체적인 요지는

인간광우병에 대한 사전 예방조치가 중요하지만, 걸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위험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저자는 책에서 M/M형이 많은 동양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과학적인 반론을 소개하고 있다.

‘염색체 중 인간광우병과 관련해 129번 아미노산의 M/M형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에게 M/M형의 유전형질이 많기 때문이다. 새롭게 주목받는 아미노산이 있다.

219번 G/L형이다. M/M형이 인간광우병의 취약한 유전형질이라면, G/L형은 인간광우병의

보호 효과 때문에 주목 받는다. 일본에서 발생한 CJD(산발성CJD.sCJD를 말함)환자

85명 중 G/L형은 한 명도 없었다.’

유 씨는 인간광우병의 공포가 과장됐다고 해석했다. 희귀병 중 인간광우병보다

4만 배나 빈번한 병에 걸린 사람도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희귀병 중 이름도 생소한 ‘샤르코마리투스병’은 2500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

뇌에 구리가 축적되는 ‘윌슨병’은 3만~10만 명당 한 명의 빈도다. 선천성 기형과

정신지체를 동반하는 ‘코핀-로우리 증후군’은 5만~10만 명당 한 명이다. 광우병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유럽연합(의

인구) 5억 명, 미국 3억 명, 일본 1억3000명 등 총 9억3000명 중 2006년 인간광우병

발생 환자를 9명으로 잡으면 1억 명당 1명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비교적 발병률이

높은 ‘샤르코마리투스병’도 관련 의료종사자가 아니면 보기 힘든데, 이 병보다

4만 배 더 희귀한 인간광우병을 우리는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

저자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광우병을 예방하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관리, 감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광우병보다도 훨씬 위험 확률이 높은 수많은 일들(놀이기구 타기,

비행기 타기, 물놀이 하기 등)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고, 주된 단백질 공급원인 소고기를 통해서 전파되며, 일단 병에 걸리면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생겨 어떠한 치료도 소용이 없다는 특수성 때문에 광우병은 전 세계인의

과도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것과 발생 가능성을 혼동하고

있다. 매우 위험하지만 발생 가능성은 희박할 수 있다. 위험하지 않지만 발생 가능성이

다분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유 씨는 200여 편 이상의 주요 논문과 영국 정부가 내 놓은

5000 여 쪽 분량의 ‘광우병 백서’를 섭렵했다. 유 씨는 더 많은 내용을 재판에서

담기 위해 광우병 관련 최신 논문들을 계속 보고 있다.

유수민 지음/304쪽. 1만4000원. 지안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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