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부모님 안색-말투는 ‘건강 청진기’
얼굴 노래졌다면 간-담-췌장 중병 의심
추석연휴에
고향에 내려가 만나 뵌 부모님이 그동안 더 노쇠해졌다고 생각되면 괜스레 마음이
아프다. 추석은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부모님이 편찮은 데는 없는지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기도 하다.
부모의 안색이나 움직임만 보고 질환의 세세한 내용까지 판단 할 수는 없지만,
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상한 점이 발견될 수 있다. 부모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부모의
아픈 곳을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들을 살펴보자.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본인이 느끼는 증세,
식사변화, 체중변화, 수면상태, 치아건강 등을 물어 보는게 적절하다”며 “만약
지병이 있다면 상태변화, 약복용 상태 등을 물어보고 병원을 이용하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 체크해서 그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색이 안 좋나요?
먼저 부모의 몸무게에 변화가 있는지, 예전보다 10% 이상 줄었는지 챙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정권 교수에 따르면 6개월 이내 급격한 체중 감소가 있었다면 결핵,
암 등 중한 병을 의심해 본다. 체중 감소와 함께 나타나는 증상으로 식욕은 늘었지만
물을 적게 마신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가 하얗게 변했다면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전에 봤을 때보다 얼굴색이 노란 빛을 띤다면 간, 담낭, 췌장 쪽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지, 밥맛이 없는지, 간혹 구역질과 같은 증상이 있는
지 물어보고,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면 간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해야
한다.
얼굴빛이 연한 보랏빛을 나타내면 심장이나 폐의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푸석푸석한
느낌이 든다면 고혈압 당뇨병일 경우 콩팥이나 심장에 합병증이 왔을 가능성이 있다.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유형준 교수(대한노인병학회 회장)는 “연세가 많은
노약자들은 평소 가지고 있던 지병들로 복합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흔히들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막연하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며
“눈에 띌만한 쇠약함이 보여 진다면 연휴 후 바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소변 색이 이상하나요?
화장실 가기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도 챙겨야할 건강 사항 중 하나. 부모의 대변이
가늘고 자주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계속 마려운 증상이 있다면 직장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님의 소변 색깔을 일일이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소변 색과 함께
거품, 피가 같이 나오는지 정도는 간단하게 물어볼 수 있다.
중대의료원 용산병원 신장내과 유석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변 색이 갈색이라면
간염 요로결석 담도암 췌장암 등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며 “만약 소변에 주황색
빛이 나온다면 피가 섞여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립선염 신장염 등에 무게를 둘
수 있고 거품이 섞여 나온다면 고혈압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낀다면 방광염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손자 손녀 이름은 잘 기억하나요?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이 기억력 감퇴 현상을
보인다면 치매 초기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가벼운 기억력 테스트로 손자
손녀들 이름, 전화번호, 방향, 산수 문제 등을 물어보고, 같이 명절 음식을 만들면서도
여러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의 기억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한 “성격이 이전에는 화를 안내시고, 침착하던 분이었는데, 화를 내거나 이전과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면 치매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전의 모습과
반대 성격을 보이는 것이 치매의 한 증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
부모는 자신들의 증상에 대해 단순한 건망증이라며 자식들의 치매걱정에 손 사레를
칠 수도 있다. 어떻게 구별할까?
치매는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설명되는 지남력과 판단력에 전반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치매는 과거에 자신이 경험했거나,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광범위하게 모두 잊어버리는 특징이 있고, 건망증은 기억된 것의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잊어버리는 것이다. 단순이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전부 치매라 할 수 없지만
과거의 일들을 애기하면서 부모의 옛 기억을 확인하는 것도 치매 초기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노인들에게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증상으로 입 냄새가 나고 침이 마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구강 건조증으로, 어르신들의 식욕을 감퇴시키고 면역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전문의들은 “이 같은 증상들은 어떤 질환인지 쉽게 알아보기 위해 증상=질환과
같은 도식으로 단순화한 설명에 불과할 뿐, 다른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