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연예인 자살…선정보도보다 심리학적 부검을”

원인 켜켜이 분석해 예방책 세워야

“잇단 연예인 자살…선정보도보다 심리학적 부검을”화려한

조명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화려함

때문에 일반인보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더 심하다. 얼굴이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어

사소한 실수를 하더라도 느끼는 부담감이 그만큼 더 크다.

2007년 1월 탤런트 정다빈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뒤에 곧이어 2월에 가수 유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 오전에는 탤런트 안재환(36세)이 숨진 채 승합차 안에서

발견됐다. 타살 흔적이 없으며, 유서가 발견돼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고인은

악성 루머와 사업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정선희는 이날

오전 안재환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안재환은 사업실패라는 스트레스 요인에 연예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

압박감이 더해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느 특정한 요인만으로 자살까지 이르기는 힘들며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심리학적 부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리학적 부검은 자살한 사람이 왜 그랬는지 알기 위해 그 사람의 사회적 경력,

성장과정, 최근 상황 등을 알아보고 자살의 원인을 찾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적 부검은

다른 사람이 자살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탤런트 안재환은 어땠을까

서울대 의대 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사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빨리 이 상태를

끝내고 싶다’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맹제 교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심리적 압박감을 배로 늘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감당하기 힘든 일을 당하거나 이런 일을 통해 불행하다고

느꼈을 때 ‘극복할 수 있다’ 등과 같은 자신감이나 조절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럴 때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라토닌’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조 교수는 안재환의 자살이유를 이런 식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저러한 상태였다고 추측할 뿐 유서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만 왜 그가 죽어야만 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 선정 보도 모방 자살 일으켜

경희대 의대 정신과 백종우 교수는 이번 사건처럼 연예인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있으면 어떻게 죽었는지 그 방법을 언론에서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예인의 자살은 모방 자살을 일으킬 정도로 파급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에서 자살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어떤 징후가 보이면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라’는 식의 정보성 기사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심리학적 부검 필요

조맹제 교수는 “심리학적 부검이 이루어지면 가족들에게도 어떤 요인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지를 알게 해줘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는 식의 죄책감을 덜게

할 수 있으며 같은 입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종우 교수 역시 우리나라에서 사업 실패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런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살 충동을 느꼈을 때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니 난 치료가 필요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안재환 사건을 계기로 사회 전체가 자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사회적

차원에서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자살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부족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심리학적 부검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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