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박태환-이승엽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 통해 ‘인격 영양제’ 스포츠맨십 가르쳐야
베이징
올림픽의 여파로 자녀를 제2의 박태환, 이용대, 이승엽으로 만들고 싶은 부모들이
수영장이나 스포츠센터, 동호회 등에 서성이고 있다. 상당수 부모들은 “마이클 펠프스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박태환은 천식을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선택했다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운동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전문가들은 부모가 “○○가 △△에 좋다”며 아이들에게 권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천식엔 수영’ 등 일반화는 무리
대체로 어떤 운동을 시키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선진국에서는
스포츠 활동을 자녀의 신체 성장뿐 아니라 인격이 온전하게 자라도록 하는 필수 과정으로
여긴다.
운동은 자녀에게 자존감을 세우고 자신감을 키워준다. 또 스포츠는 자기절제,
협동심과 팀워크, 리더십 등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운동능력을
키우고 건강하게 크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스트레스와 경쟁을 통해 남과 승부하면서
어울리는 연습이기도 하다. 스포츠는 또 결심, 노력, 인내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훈련이다.
어떤 아이에게나 두루 맞는 운동은 없다. ‘마린 보이’ 박태환이 천식 때문에
수영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이에게 수영이 최상의 운동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락스’ 냄새에 민감한 아이는 수영을 하다가 없던 천식이 생길
수도 있고 축농증이나 중이염이 있는 천식 환자는 병이 악화될 수 있다. 또 천식
환자가 흡입제를 잘 활용한다면 축구나 달리기, 농구 등 격한 운동을 해도 괜찮다.
미국의 육상선수 재키 조이너커시,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도 천식으로 고생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학교, 스포츠센터, 문화센터 등을 체크해서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하게 한 뒤에 자녀가 특히 좋아하는 운동을 시키라고 권한다. 한 시즌에 2개
이상을 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이렇게 해서 자녀가 운동을 선택하면 평생 그 운동을
취미로 즐길 수 있다.
자녀의 특성을 눈여겨본다면 온갖 운동을 시켜보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대체로 자녀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축구, 야구 등 팀 스포츠를 시키고,
예민하고 불안하다면 육상이나 수영 등 개인스포츠를 시키는 것이 좋다. 마이클 펠프스가
ADHD를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야구 등 규칙 복잡한 운동은 8세 이후
자녀의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5~7세에는 축구, 수영, 자전거타기, 스케이트 등을 권한다. 태권도는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개인운동이므로 협동심을 키우면서 자기절제력을 높이는
데 좋다. 수영은 태어나자마자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의 제한이 없지만 아이가 물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고 있을 때 억지로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8~10세에는 야구, 농구 등 규칙이 어느 정도 복잡한 운동을 소화할 수 있다. 10세
이상이면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좀 더 기술을 요구하는 운동을 시켜도 된다.
병으로 오래 병원에 다니거나 수술을 받은 아이는 어떤 운동을 할지 의사에게
문의하도록 한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홈페이지(kostass.sports.re.kr)에 무료회원으로
가입하면 아이들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운동 종목을 추천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 중에서는 자녀의 신체 성장을 위해 운동을 시키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과 유럽의 학부모는 운동을 통해 자녀의 정신이 성장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인다.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녀가 스포츠를 통해 얻는 것이 달라진다.
부모는 운동을 하는 자녀가 늘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즐기고 승부를 떠나 동료나 상대 팀원, 심판을 존중하도록 일러줘야 한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승부보다 중요하는 사실, 결과가 최선을 다한 노력에
따라야 보람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승리지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품위있게
이기고 지는 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부모는 가급적 아이의 경기에 참가해 응원해 주며, 가능하면 아이와 함께 연습한다.
승리했을 때 칭찬하되 뻐기지 않도록 하고, 졌을 때에도 기운을 북돋워줘야 한다.
운동에서 실수는 필수이므로 자녀가 실수를 했어도 인정하고 응원해야 한다. 부모가
승리에 집착해 아이가 보는 앞에서 감독이나 심판과 싸우면 스포츠맨십 교육에 역효과가
나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이 기사는 중앙선데이 8월 31일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