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 뇌에 있다고? ‘눈 시계’가 우선
빛 받아들이는 세포들이 밤낮 활동 결정
지금까지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졸리는 생체시계는 뇌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눈에도 생체시계가 있으며 뇌 생체시계에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결과 밝혀졌다.
미국 버지니아대 수잔 도일 박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눈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들이 뇌의 기본적 생체시계인 시상하부 교차상핵의 활동을 규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 빛에 덜 민감한 쥐를 만들어 빛을 쬐었다.
또 보통 쥐에게 쬐는 빛의 강도를 줄였다. 그랬더니 보통 쥐와는 거꾸로 밤에 ‘쥐
죽은 듯’ 잠잠했고 오히려 낮에 팔팔하게 돌아다녔다.
연구진은 쥐에게 빛을 쬐는 방법에 따라 생체시계를 바꿔 ‘낮쥐’ ‘밤쥐’ 또는
밤낮 구별 없이 생생한 쥐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도일 박사는 “빛의 양을 조절해 동물의 눈에 영향을 주면 활동과 수면 유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졌다”며 “이번 연구결과로 눈에서 뇌까지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수면장애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생체시계는 동물의 체온, 심장박동, 배고픔, 졸림 등이 자동적으로 변하는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이번 연구결과는 수면장애 환자 뿐 아니라 야간 근무, 노화, 비행기 시차(Jet
Lag) 등으로 생체리듬이 깨진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매몰현장에서 1주 이상
버티다 살아난 생존자가 하나같이 “어둠 속에서 2, 3일 정도 지난 것 같다”고 말한
이유도 설명된다. 눈의 생체시계가 빛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신체의 생체시계를
변화시켰고 이 때문에 대사 활동이 최소로 바뀌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