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호르몬요법, 중년여성 건망증 키운다?
호르몬 투여받은 쥐 먹이 찾는 인지능력 떨어져
에스트로겐 요법이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에스트로겐
요법은 중년 여성들의 폐경기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방암이나
치매 등의 부작용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수의생명과학 교수인 수전 샨츠 연구팀은 쥐에게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을 투여하고 먹이를 얻기 위해 레버를 누르는 실험을 진행했다.
먹이를 얻은 레버를 또 다시 누르면 다음 번에는 먹이가 나오지 않게 미리 정해졌다.
에스트라디올을 투여 받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먹이를 더 적게 얻었다.
다른 실험에서 샨츠 교수는 쥐들을 15초 기다렸다가 레버를 누르게 했다. 그랬더니
마찬가지로 에스트라디올을 투여 받은 쥐들이 먹이를 더 적게 얻었다. 먹이를 얻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고 레버도 더 많이 눌렀지만 실제로 얻은 먹이는 더 적었다.
에스트라디올을 투여 받은 쥐들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 손상을 입었다.
작업기억은 전화를 걸기 위해 잠깐 동안 번호를 기억하거나 메모를 하기 위해 내용을
기억하는 등 짧은 순간의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에스트로겐 성분 투여된 쥐 단기 작업기억력 손상
연구팀은 에스트라디올이 뇌의 가장 앞 부분인 전전두엽의 기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전전두엽은 작업기억뿐만 아니라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시키고, 외부 상황에
맞게 행동을 수정하는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전전두엽에는 에스트라디올과 관련된
단백질 발현을 일으키는 에스트로겐 베타 수용체(ER-beta)가 많다.
샨츠 교수는 “일부 여성들이 안면 홍조나 골다공증 같은 폐경기 증상을 줄이기
위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든 콩류 식품이나 식품보조제를 복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호르몬 대체 요법이 과연 안전한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폐경기 이후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의 효과를 알아 보기
위한 실험에서 에스트로겐만 복용한 여성들에서 뇌중풍과 혈전의 위험이 증가했고,
에스트로겐과 스포게스테론을 복용한 여성은 뇌중풍, 혈전뿐만 아니라 유방암,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 증가해 실험 자체가 중단된 적도 있다.
이 연구는 ‘행동신경과학(Behavioral Neuro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의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