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휴대폰 끄고…‘방콕 휴가’ 건강법

스테이케이션 잘 못보내면 ‘휴가병’ 우려

컴퓨터-휴대폰 끄고…‘방콕 휴가’ 건강법결국 원점이다. 동남아 여행? 동해안 해수욕장? 어느 쪽도 여행경비가 예전 같지

않게 부담스럽다. 며칠 동안 휴가 계획 세우다 스트레스만 더 늘어난 직장인 박선희(28.

서울 성북구)씨는 휴가 예정 일주일을 남겨둔 30일 그냥 ‘방콕(방에서 콕 박혀 지내다)’

하기로 결정했다.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career)'가 직장인 1217명을 대상으로 지난 21~22일까지

휴가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59.6%가 ‘집에서 휴식하겠다’고 답했다.

고유가 때문에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 집에서 조용히 휴식하겠다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여행을 하겠다’는 응답은 26.5%였고 ‘해외여행을

갈 것’이란 응답은 13.9%에 그쳤다. 

방콕 휴가, 그냥 보내면 뒤끝 좋지 않을 수도

알뜰 휴가족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보다 무기력함을 보이기 쉽다. ‘휴가 같지 않은 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낮잠을 잔다거나, 그간 놓쳤던 TV 프로그램

몰아 보기, 영화 몰아보기, 컴퓨터 오락하기 등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 쉽다.

전문가들은 “집에서라도 잘 짜여진 계획에 따라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있지만,

휴가를 가지 않고 집에서 쉬겠다는 사람 중에는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쉬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며 “이들은 휴가가 끝나더라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

무기력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산백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양윤준 교수는 “집에서 먹고 자고 노는 데만 치중하면

휴가가 끝나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오히려 찌뿌둥하고, 무기력감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자체가 심신의 재충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의미를

부여해 자기만의 충전시간을 갖는 것이 오래 남을 휴가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방콕휴가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

방콕휴가라 해도 휴가의 개념을 최대한 살려 자신만의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사전조사와 계획이 필요하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정현희(25)씨는 2일부터 주말 포함 총 9일의 휴가를

보낸다. 정씨는 “집에만 푹 퍼져 있을 것만 같아서 사진기를 들고 인사동, 국립박물관,

전시회 등을 찾아 나설 계획”이라며 “더운 날 귀찮은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휴가만큼은 나를 위한 감성충전 시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식물원, 동물원,

박물관, 민속촌, 근교 문화유적지 등을 찾는 휴가철 인파를 살펴보면 가족단위 나들이가

많다.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의 방학과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등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강 주변의 수영장, 호텔

수영장 등도 가족단위로 찾을 수 있는 알뜰 휴양지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리셋 클리닉 박용우 원장(전 성균관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가족들과 함께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며 “그간 소홀히 했던 가족과의 유대감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특별한 음식을 먹기 위해 외식하러 나가지 않아도 장보기부터 음식

조리까지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며 “평소에는

가질 수 없는 가족과의 시간을 ‘방콕 휴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도 ‘방콕’ 바람 분다

미국에서는 요즘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바람이 불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신조어로 우리말로 풀어보면 ‘방콕’에 해당한다. ‘머무르다’란 뜻의 ‘Stay’와

‘휴가’를 뜻하는 단어 ‘Vacation’의 합성어. 경기침체와 고유가 여파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타지로 여행을 떠나는 전형적인 휴가스타일에서 벗어나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스테이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앞

다퉈 소개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스테이케이션을 어떻게

하면 실용적으로 즐길 수 있는지 각종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정보포털사이트인 ‘어바웃닷컴(About.com)’도 스트레스 관리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스콧 박사의 말을 인용해 스테이케이션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스테이케이션은 그야말로 집 또는 집 주변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자칫 나태해 질 수도 있고, 휴가 후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완전한

휴식을 즐기려면 몇 가지 사항을 지키는 것이 좋다.  

어바웃닷컴에 소개된 ‘스테이케이션 제대로 즐기는 법’을 국내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정리한다.  

△ 휴대폰 전원은 꺼둬라

외부에서 접촉해오는 연락을 원천봉쇄해 오로지 나만의 휴가를 보내기 위함이다.

자동응답으로 설정해서 휴대폰의 전원을 꺼둔다. 자동응답설정을 해두면 누구에게

연락이 왔는지 언제든 체크해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적인 방법은 주위사람들에게

이번 휴가기간 동안은 연락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을 해놓는 것이다.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컴퓨터도 켜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회사 업무를 휴가 때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전적으로 휴가를 방해하는

일이다. 집에서 휴가를 보낼 때 컴퓨터를 켜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하다 보면 메일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기가 없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사 홈페이지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면 일의 연장선에 놓여 자꾸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게임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쉽다. 컴퓨터로 일할 계획이 없다면 무조건 컴퓨터 전원은 켜지 마라.

△ 새로운 것을 시도해라

스테이케이션은 ‘주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이 모르고

지나쳤던 주위의 여러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다. 그 장소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면

지나간 추억들을 되새기며 즐거움과 평안함을 만끽 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정해 휴가기간 동안 ‘이곳만은 꼭 갔다 와야지 하는 곳’을 몇

곳 선정한다. 역사, 문화, 예술 등의 테마를 설정해 적절한 장소를 물색해 방문해도

좋다.   

△ 손에서 책을 놓지 마라

휴가는 무조건 재밌게 보내야한다는 사람들은 따분하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휴식의 한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 휴식을 통해 내가

무엇을 얻느냐는 것이다. 적당히 재미가 있는 책을 골라 보는 것도 좋다.

△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라

집에서 휴가를 보내면 쓰려고 했던 다른 휴가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집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재미와 건강이 깃든 방법이 있다면, 설령 그것이 조금의 비용을 들여야 하더라도

아끼지 말 것. 휴가 기분은 내야 되지 않겠는가.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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