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옷차림, 치마가 시원할까? 반바지가 나을까?
옷 종류로는 단정 불가… 통기 땀흡수 발열 잘 돼야 쾌적
날씨가 더워지면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자들이 부럽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아무리 무더워도 바지만을 입어야 하는 처지여서 길이가 짧든 안 짧든 여름엔
치마가 반바지보다 시원해 보이는 모양이다.
상식적으로 치마는 막힌 부위가 없기 때문에 아래가 더 시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치마가 정말 더 시원하다면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직장에서는 ‘여직원
치마 입기 캠페인’을 벌일 법도 하다.
과연 치마가 반바지보다 더 시원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치마와 반바지는 시원한
정도에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외부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한양대 분자시스템공학과 임승순 교수는 “더위와 추위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치마와 반바지 중 어떤 것이 더 시원할까 하는 것은 상당히 비과학적인
질문”이라면서 “제대로 물으려면 어떤 옷이 더 시원한가보다 어떤 소재가
더 시원한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땀 쉽게 흡수해 증발시키는 원단 소재가 중요
LG패션 김현동 홍보담당자 또한 “시원함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옷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단이 중요하다”며 “스포츠 웨어와 같은 기능성 의복이 아니고서는
여름에 치마와 반바지 따질 것 없이 거의 모든 제품이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넥타이를 풀면 2℃ 정도 피부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넥타이가
공기소통을 막고 있어 풀게 되면 그만큼 몸이 느끼는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목에다 매는 액세사리 의미가 강한 넥타이는 의복과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체온 감소율을 따질 수 있지만, 옷의 종류만을 가지고 어느 정도 체온 감소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치마와 반바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원단이냐를 따지는 것이 오히려 체온 감소효과를 알아볼 수 있다는
설명.
방사-대류-전도-증발작용으로 체열 발산
건국대 섬유공학과 박창규 교수는 “인간이 쾌적함을 느끼는 외기(外氣)온도는
20℃이고, 가장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우리의 피부 온도가 32℃ 정도일
때”라며 “피부온도는 체온과는 다른 개념으로 보통 피부온도가 35.5℃일 때 더위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인체는 36.5℃의 체온을 유지한다. 의복을 착용하지 않고 쾌적함을 느끼는
피부온도는 28~30℃이다. 여름철 맑은 날 습도는 보통 70, 장마철엔 80% 전후. 옷을
입어서 쾌적함을 느낄 때는 피부 온도 32±1℃, 습도 50±10%, 초속
0.25m의 바람이 불 때, 즉 기류 25±15cm/sec 일 때다. 또한 옷을 입어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기온의 범위는 10~26℃이다. 이 기온의 범위 안에서 옷으로 체온
보온효과와 체온 감소 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박창규 교수는 “여름에는 몸의 열이 잘 빠져나가게 하는 옷이 좋다”며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형태에는 방사작용, 대류작용, 전도작용, 증발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작용은 사람의 몸이 자기보다 온도가 낮은 주변 물체에 끊임없이 열을 내뿜는
현상이다. 춥거나 바람이 불 때는 주로 대류작용으로 체온을 빼앗긴다. 전도작용은
몸이 어떤 물질에 닿으면 몸의 열이 그쪽으로 옮아가는 현상. 날씨가 따뜻하면 인체에서
빠지는 열 가운데 20~30%가 증발작용으로 달아난다. 인체에서 땀 등의 수분 1g이
증발하는 데 580칼로리의 열량이 소모된다.
같은 기온 때 바람 불면 치마가 더 시원
이러한 4가지 형태를 근거로 하더라도, 치마와 반바지 중 더 시원한 것은 어떤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어떤 것을 입든 간에 몸이 시원해지기 위해서는 발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창규 교수는 “다만 대류작용만을 고려했을 때, 바지보다 치마가 더 시원할
수 있다”며 “바람이 불어와서 공기가 피부에 닿는 용적이 바지보다 치마를 입었을
때가 훨씬 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온과 습도가 동일한 상태에서 같은 윗옷를 입고 같은 길이와 비슷한 원단의
치마와 반바지를 입었다는 조건하에서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한참 유행했던 레깅스 등과 같은 타이트한 옷은 여름에 쾌적함을 유지하는 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헐렁한 옷을 입으면 통기성이 좋아 시원할 것 같지만, 이도
실제로는 더운 날 쾌적함을 주는 옷차림은 아니다.
박창규 교수는 “꽉 끼는 옷은 통기성이 떨어져 더 더울 수 있으며, 헐렁한 옷은
생각과는 다르게 옷과 피부의 접촉면이 적어 옷이 땀을 흡수하지 못해 땀이 그대로
흘러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이즈에 알맞게 입어야 옷의 속면과
피부의 접촉 범위가 넓어져 땀 흡수가 빨리 되고, 땀의 증발로 피부온도가 내려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헐렁한 옷은 피부 접촉면 적어 여름에 단점
옷은 치마와 바지의 아이템 개념을 떠나 젖은 땀을 빠르게 흡수해 체외로 배출하고
바로 마르게 한다는 이른바 ‘흡한속건(吸汗速乾)’의 섬유가 여름에 가장 좋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 하나.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와 흡한속건 섬유의
옷을 입었을 때,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어느 쪽이 더 시원할까?
정답은 알몸 상태가 아닌 흡한속건의 옷을 입었을 때다. 땀은 액체성분이므로
공기 중에 그대로 놔뒀다 해서 바로 증발되는 것이 아니다. 흡한속건의 옷은 피부에
있는 땀을 공기 중으로 더 빨리 증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결국 벗을수록 시원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 스포츠의류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흡한속건 섬유는 단면이 일반적인 원형이
아닌 십자(+), 쌍십자(++), 네잎 클로버(♧), 더블유자(W) 등으로 형성된 게 특징이다.
관계자는 “섬유다발 사이에 무수히 많은 미세공간이 형성돼 있어 땀이 체외로 빠르게
배출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일반소재에 비해 대략 2.5배의 흡수 및 건조성능을
보인다”고 말했다.
흡한속건 기능성 섬유가 여름에 시원하고 좋다면 자주 입는 평상복에서 시원한
소재는 어떤 것일까? 의복의 기본 원단이 되는 3가지 소재가 있다. 마, 면, 모가
그것. 시원한 정도는 마>면>모 순이다. 마는 수분 흡수성과 통기성이 좋아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용 옷으로 많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