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감염 많은 A형 간염, 손씻기로 예방

“감기인 줄 알았는데….”

성인 감염 많은 A형 간염, 손씻기로 예방최근 몸이 나른해지고 열이 나서 여름 감기인 줄 알고 지내다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면서 깜짝 놀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주로 걸리기 때문에 ‘후진국 병’으로 불리는 A형 간염 환자들이다.

A형 간염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01년 발병자가 105명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는

이달 초에 벌써 2700명을 넘어섰다. 배우 정겨운, 가수 김원준 등 연예인들이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환자 중에는 동네 의원에서 피 검사를 했다가 혈청 간효소 수치가

급상승해 종합병원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후진국 병’에서 ‘선진국 병’으로

A형 간염은 B, C형 간염처럼 바이러스가 간에 침투해 생기는 병이다. 후진국에서는

아기 때 대부분 이 병에 걸리며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 그랬다. 6세 전에 이 병에

걸리면 70%가 아무 증세를 못 느낀 채 자연 치유되고 나머지 30%도 비교적 쉽게 나으면서

항체가 형성된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나 선진국에서는 주로 어른들이 이 병에 걸린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깨끗한 환경’ 탓이다. 아기 때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이 병에 걸려 자연스럽게

항체를 만들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어른 환자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 환자의 80%

이상이 20, 30대인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다. 40대 이상은 어릴 적에 이 병을

자신도 모르게 앓고 몸 안에 항체를 갖게 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병은 전염성이 높으며 군대·어린이집 등에서 한 명이 걸리면 급속히

전파되곤 한다.

감기와 비슷한 증세로 시작

A형 간염은 음식물, 환자의 침과 대변·혈액 등을 통해 전염된다. 15~50일의

잠복기를 거쳐 입맛이 떨어지고 구역질·구토·설사·피로감·무력감·열·두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변 색깔이 붉게 변하거나 눈동자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

대부분 환자는 며칠 끙끙 앓다가 낫지만, 1% 정도는 간의 기능이 뚝 떨어지는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돼 목숨을 위협한다. 드물지만 면역 시스템이 말초신경계를

공격해 얼굴과 팔다리가 마비되는 ‘갈랑 바레 증후군’과 급성 신장기능 저하증·담낭염·췌장염·혈관염·관절염

등의 합병증이 오기도 한다. 극소수에서는 재발성 간염, 자가면역성 간염, 담즙 정체성

간염 등이 발생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더 고생하며 치사율도 올라간다.

A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걸렸다 싶으면 쉬면서 대증(對症)요법을 받는

수밖에 없다.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물은 완전히 익혀 먹어야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섭씨 85도에서 1분간 끓이면 죽기 때문에 음식물은 완전히

익혀서 먹도록 한다.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급격히

올라가므로 B형 간염 환자는 반드시 예방 백신을 맞도록 한다. 백신은 1세부터 맞을

수 있으며 나이에 따라 용량이 다르다. 첫 접종 뒤 4주가 지나면 항체가 형성되며

첫 접종 6개월 뒤에 1회 더 접종해 총 2번을 맞혀야 한다.

A형 간염 백신을 맞을 수 없거나 백신 접종 4주 이내에 A형 간염이 많이 퍼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일대로 여행을 갈 때에는 백신 대신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아도 된다. 면역글로불린 주사는 여행 기간에 따라 용량을 달리해서 맞는다.

질병관리본부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오래 산 사람, 주기적으로 A형 간염이

집단 발생하는 지역에 사는 어린이, 만성 간염 환자에게 백신을 맞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 외 사람의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 중이다. 백신 값이 10만원을 넘으며

B, C형 간염처럼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A형 간염 백신이 시장에

나온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확실치는 않지만 면역이 2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손을 제대로 씻는 것이다. 귀가 후, 화장실에 다녀온 뒤,

기저귀를 갈아준 경우, 불결한 물건을 만지고 난 뒤, 식사 또는 요리 전 등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특히 한국 정서에는 환자와 만나고 난 뒤나 남과 악수한 다음에

손을 씻으면 상대방에 대한 결례로 느끼지만 그래도 손을 씻어야 한다.

손에 물만 묻혀서는 곤란하다. 비누로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제대로’ 씻어야 한다. 특히 손가락 사이와 손금·손등·손톱·반지

부근 등을 꼼꼼히 씻도록 한다.

※이 칼럼은 중앙SUNDAY 7월 20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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