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마음 편하면 다 됩니다”

박문일 교수 한양대 여성진료센터 센터장

“탤런트

채시라 씨 부부는 부인이 임신한 동안 남편인 김태욱 씨가 느꼈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을 분만할 때 연주해 주더라고요. 보기 좋았습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는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남편이 집에서 쓰는 스탠드를 가져 왔고요.

모든 남편들에게 이렇게까지 하라고는 할 수 없지만 태교는 부부가 같이 해야 됩니다.”

 오는 7일 새로 문을 여는 한양대병원 여성진료센터 박문일 교수는 우리나라에

제일 처음으로 수중 분만을 도입한 사람이다. 1999년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의 수중

분만은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저런 분만법도 있구나’ ‘어떻게 저 정도밖에

통증이 없을 수 있지?’ 하고 분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습관성 유산인 산모에게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고 유산에

대한 불안, 임신이 안 돼 느끼는 조급함 등을 없앴더니 습관성 유산 환자의 60%가

아이를 가졌다는 논문을 봤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안 생기면 여자 쪽을 탓하잖아요.

남편의 역할이 여기에 있습니다. 시댁에서 주는 스트레스를 부인이 받지 않게 중간에서

잘 조정해야 합니다. 습관성 유산은 ‘원인을 모르는 게 아니라 원인이 없다’가

정답입니다.”

‘산모 편안하게’가 최상의 분만법

그는 ‘분만은 의료가 아니라 문화’라고 주장한다. 분만이 문화로 자리잡지 못하고

의료의 영역에 들어오게 됨으로써 아이를 낳으러 오는 산모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중환자 취급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은 모든 산부인과가 따뜻한 물을 받아놓을 수 있는 욕조를 갖춰야 해요.

법으로 정해진 강제 규정이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는 분만하는 방법은 세상의 여성 숫자만큼 다양하다고 믿는다. 산모가 편안함을

느끼는 분만법이 가장 좋은 분만법이라는 것이다.

박문일 교수는 ‘뇌 태교’, ‘모차르트 태교’ 같은 목적을 앞세운 태교를 반대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산모가 아이에게 좋다니까 억지로 클래식 음악을

들어 보세요. 산모에게는 이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예요. 아이에게 스트레스 호르몬만

전달하는 꼴밖에는 되지 않아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제일 좋아요.”

여성질환은 결혼 전부터 관심을

박 교수는 새로 여는 여성종합진료센터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가 센터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도 있지만, 환자 중심의 진료를 위해 다가가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뒀다.

“사실, 딸 가진 부모들도 산부인과에 10대나 결혼 전의 딸을 데리고 못 오잖아요.

어릴 때부터 여성 질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현실은

안 그래요. 미혼여성종합진료 클리닉이나 미성년 클리닉은 이들 10대나 혼전 여성들을

위한 클리닉이라고 보면 됩니다.”

임신한 여자만 오는 병원이 아닌 여자라면 누구든 마음 놓고 진료받을 수 있게

산부인과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산부인과에

가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들을 제대로 돌보기 위한 대책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양대 여성종합진료센터는 고위험임신, 습관성유산, 자궁무력증 등 산부인과

본연의 진료뿐 아니라 여성요실금클리닉, 회음성형클리닉 등 14개 전문 클리닉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종합진료센터의 첫 센터장을 맡게 된 박문일 교수는 “여성 질환에 대해 다양한

전공들이 모두 모여 있기 때문에 의술을 배우는 젊은 의사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임 유산, 스트레스-조바심 버려야

“병원에 처음 와서 상담하고, 검사 예약 날짜 잡고, 예약된 날에 맞춰 다시 오고….

솔직히 환자에게 피곤한 일이죠. 우리가 목표한 대로 원스톱, 퓨전 진료를 하려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방문하는 분들께 만족스런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불임 치료를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이가 안 생긴다고 너무 조바심하지 말고, 유산됐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서 아이가 ‘아, 이제 내가 커갈

집이 제대로 됐구나’ 이런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박문일 교수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웃음이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불안한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마음먹고 안정할 수 있게 해 주는 또 다른 치료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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