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한나라당 간부 토론장에서 웬 멱살잡이?
당연지정제 토론장에서 질문 끝에 몸싸움
대한의사협회가 3일 오후 7시 개최한 ‘건강보험계약제의 개선방안-당연지정제와
수가계약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포럼이 끝날 무렵 의협 간부와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간부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3층 동아홀에서 열린 포럼이 끝날 무렵인 밤
9시 50분 경.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보건위생분과 윤철수 위원장과 의협 임동권 총무이사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의협 3층 동아홀 뒤편에서 서로 멱살을
잡았다.
몸싸움이 벌어지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일순간 뒤엉킨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장내는 숙연해지고 일부는 눈살을 찌푸렸다. 몇몇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싸움을 말렸다.
두 사람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다가 임 이사가 바닥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싸움이 끝나는가 싶더니 임 이사가 다시 윤 위원장에게
다가가다 발이 엉켜 또다시 넘어졌다. 주변사람들이 두 사람을 뜯어말려 상황은 겨우
종료됐다. 종료된 직후 윤 위원장은 장내 기자들을 향해 “보셨죠? 의협이 이정도
수준밖에 안 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윤 위원장은 현재 의협의 회원이고,
전에 의협의 법제이사를 역임했다.
싸움의 발단은 포럼 마지막에 질문을 받는 시간에 일어났다. 윤 위원장은 질문자로
마이크를 잡자마자 “오늘 주제 발표한 내용들은 내가 5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야 제대로
된 토론이 되는 건데 오늘 포럼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좌장을 맡은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박은철 소장이 “질문시간 2분을 초과했다”며
말을 막자, 윤 위원장은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시간이 초과됐다며 말을 막는 것이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좌장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협이 제기한
내용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좌장과 윤 위원장 사이에서 10여분 동안 고성과 실랑이가 오갔고 좌장은 서둘러
포럼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격분한 윤 위원장은 “의협이 이정도 밖에 안 된다”며
비난했고,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임 이사는 그만하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이쪽으로
와서 얘기하자”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임 이사를 향해 "의협의
총무이사가 되더니 의협X가 되려 하는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몸싸움이 시작됐다.
몸싸움이 끝난 뒤 건물을 나서면서 윤 위원장은 “오늘 토론자들은 전부다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면서 “의협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의협 한 간부는 “토론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데 처음부터 질문자가 이를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공개된 자리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길 다 늘어놓는 것은 자제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토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