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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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인간광우병이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재순환 2008-5-31
...종 간 장벽(species barrier)은 특정한 조건에
놓인 사람들이 광우병에 이환될 확률을 줄여주는 매우 유용한 장치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그 숫자가 적더라도 소와 인간의 ‘종 간 장벽’을 넘어선 일부
독한 놈들이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독성을 획득하게
된 것일까?...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이들에게도 족보가 있다
연구자들이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이상한 행태를 보고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 일입니다. 초기 연구들은 주로 양의 스크래피 인자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960년대를
필두로 해서 양에게서 발견된 똑같은 스크래피 인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특성을
보이는 20개 이상의 strain이 확인되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똑같은 ‘김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이 뿌리가 같은 것이 아니라 ‘김해
김씨’, ‘경주 김씨’, ‘광산 김씨’ 뭐 이렇게 다양하다는 이야기입니다(어쩌면
이보다는 같은 성씨 안에서 무슨 파 무슨 파로 나뉘어진다는 비유가 더 적절할 지
모르겠군요).
현재 광우병 집안(BSE strain)은 classical, H-type,
L-type 등이 보고되고 있고,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집안(CJD
strain)은 sCJD는 type1과 2, iCJD는 type3, vCJD는 type4 등이 각각 다른
strain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의 계보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어떤 특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개체나 종간을 넘나들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보존됩니다. 마치 유전자처럼 말입니다.
품종, 혹은 균주로 번역되는 이 ‘strain’이란 것은 원래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 다양한 변종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에서처럼
유전자 변이에 의해 다양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단백질의 상이성 때문에 여러
종류의 인플루엔자 strain이(H5N1, H7N1, 등등...) 탄생합니다. 이들은 strain에
따라 감염력, 독성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사람에게 감염될 지 감염이 안될지(고병원성
vs 저병원성)가 결정됩니다. 프리온 질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온 단백질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유전자와 같은 어떤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rain이라 불릴 수 있는 유지되는 어떤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의 각 strain들은 아미노산 서열이 동일하지만 겹침의 형태가
달라짐으로써(misfolding variation) 여러 개의 구조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서로 다른 구조는 대상 생물체에 침투되었을
때 잠복기가 달라지고 침범되는 뇌부위가 달라지며 나타나는 임상 증상도 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순한 놈도 있고 독한 놈도 있고 성격이 급한 놈, 느긋한 놈,
빠릿빠릿한 놈, 덜 떨어진 놈, 제 각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동일한 단백질이
다른 표현형을 보이는 것과 관련하여 일부 연구자들은 프리온 외에 다른 인자들을
고려하거나, 아직도 원인체가 바이러스나 그보다 작은 바이리온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조사하면 다 나오는 계보 따져보기
strain이 다르면 잠복기, 병리소견, 임상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했는데 생화학적인
특성도 달라지기 때문에 검사(Western blot analysis, 위 그림에 예시)를 통해 이들을
감별해 낼 수 있습니다. glycosylation pattern, denaturaion
profile, molecular size of PK-resistance가 strain마다 달라 이에 기초해 strain
typing(균주 분류)을 하게 됩니다. 이 typing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다양한
프리온질환들의 관계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Fore족이 앓았던 kuru의 기원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가장 지지 받는 가설은
아마도 100만 명 당 1명씩 지구 어디에서든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sCJD를 Fore족 중
1명이 우연히 앓게 된 것이 kuru의 시작이라는 가설입니다. 실제 인간이 잡식동물임을
감안할 때 같은 인간을 먹어서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다른 식인종 사회에서 kuru와
같은 병이 유행하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Fore족은 인간이 인간을 먹은 데 따른 죄
값을 받았다는 다분히 감상적인 분석보다는 그냥 재수없게 먹은 인간 중에 하나가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물론 인간을 아예 먹지 않았으면 그런 재수없는 일조차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2008년 3월, kuru에 걸렸던 Fore족 원주민의 뇌조직으로 strain typing을 해 sCJD,
iCJD, vCJD와 비교를 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결과는 iCJD, vCJC와는 달랐고 sCJD와는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kuru병이 부족원 중 한 명이 우연히 sCJD를 앓게 되어 죽게
되고 이 사람의 사체를 먹은 사람들에게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전달됨으로써 유행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결과입니다.
또 다른 소득은 인간광우병의 기원에 관련된 것입니다. 형질전환 마우스를 이용해
strain typing을 해 본 결과 그 동안 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왔던 양의 스크래피
인자와는 잠복기도 다르게 나타나고 병리 소견도 달랐습니다. 생화학적 특성들도
달랐습니다. 혹시 소가 아닌 사람에게서 옮아온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sCJD(type1,2), iCJD(type3)와도 달랐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type4 CJD,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nat CJD)의 탄생입니다. 그럼
광우병을 일으킨 BSE strain과의 비교는 어땠을까요? 인간광우병 환자에게서 나온
것과 광우병 소에게서 나온 것이 잠복기 및 질병 진행 양상, 당화형태(glycosylation
pattern)가 똑같았습니다.
이 결과는 인간광우병의 시작이 양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소에게서 시작했다는
추론을 지지해줍니다(스크래피 인자의 변종이 BSE strain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은
유효합니다). 그런데 이 새로 탄생한 BSE strain은 기존의 여타 strain들과 달라도
뭔가 달랐습니다. ‘소’라는 종 안에서만 갇혀 지낸 것이 아니라 사료와 식육을
매개체로 삼아 양을 비롯해 여타 포유류, 그리고 인간까지 넘나드는 자유분방함을
즐기게 된 것입니다.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다 - 광묘병의 출현
때는 1990년, 매달 광우병에 걸린 소가 500마리 이상씩 발견되던 영국에 있어서는
매우 우울한 해였지만 아직도 광우병이 인간에게까지 옮겨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그 동안 스크래피가 그렇게 퍼졌어도 그
양고기를 먹고 스크래피에 걸린 인간은 없었으며 광우병이 돌고 있어도 인간이 광우병에
걸린 예는 한 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광우병이 아주 오래 전부터 시간과
지역에 상관없이 산발적으로 소에게 발생해왔던 드물지만 언제나 있어왔던 병이라는
가정 하에서 보면 인류에게 인간광우병은 상상하기 힘든 그런 존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만큼 소와 인간이라는 종 사이에 놓여진 장벽은 건실했고 그 때까지 이 장벽이
무너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벽에 균열이 오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1990년 5월, 5살 먹은 애완용 고양이를 필두로 해서 애완용 혹은 야생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이 있기 이미 두 달 전에 동물원에서 사슴과
영양 5마리가 똑같은 증상을 보이며 순직(? 일하다 죽었으니까)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 동물들과 고양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육골분 사료를 먹이로 했다는 점, 소의 변형프리온이
같은 반추동물인 양에만 영향을 끼치던 울타리를 벗어나 상당히 계통이 떨어져 있는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1994년 9월까지 총 57마리의 고양이들이
‘고양이해면상뇌증’(광묘병, 狂猫病, 그냥 만들어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 갖다 붙이면 됩니다. 광록병, 광랑병 등...)에 걸려 죽은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strain typing을 통해 BSE strain과 동일한 계열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돌고 돈 놈이 더 독하다 - 영국에서 유행했던 인간광우병을
유발한 BSE strain의 과거
고양이들이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은 신문에 헤드라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점점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는 광우병 소식과 함께 공포감을 증폭시켰습니다.
고양이도 가능하다면 인간도 혹시?... 그 당시 광우병 연구의 핵심 인물이었던 킴벌린
박사는 이런 발언을 했었습니다.
...소와 사람의 종 간 장벽이 소와 고양이만큼 높지 않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우리가 SBO 금지(특정 소내장육 금지 조치, 지금의 SRM 금지와 비슷한
개념)를 실시했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하지만 그의 감사는 너무 빨랐습니다. 이미 그 당시 소와 인간 사이의 종 간 장벽에는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균열이 생겨 새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스크래피 인자를 어떤 양에게 접종 후 그 양에게서 얻은 스크래피
인자를 또 다른 양에게 접종하면 잠복기가 짧아지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또한 다른
종을 한 번 거쳐온(양->소->양)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감염성도 증가하고 잠복기도
짧아지는 독성(virulunce) 강화 효과를 얻는 현상도
관찰되었습니다. 마치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더 숙련되는 것처럼, 학습을 하면
할수록 잊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종 내 또는 종 간 이동에 의해 더 쉽게 전염성이
획득되는 이 현상의 기본 메카니즘은 무엇일까? 이 메카니즘은 바로 소에게서 생기는
병이 인간에게 일정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직 그 기전을 완벽하게 설명을 할 수 없지만 가능한 해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윈의 진화론과 매우 유사한 논리입니다. 적자생존과 자연도태... 프리온
strain의 자연선택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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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BRIC 소리마당 집중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