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섭취량-나이와 vC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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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소고기 섭취량과 나이, 인간 광우병과의 관계
2008-5-8
이전 글에서 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번에서 M/M 형태 동형접합자(homozygote)가
광우병과 같은 프리온 질환에 대해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M/M형을 가진 사람들이 광우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오염된 소고기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광우병이라는 목표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M/M 신공’ 말고도 더 심오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두 번째 확실한 변수, 나이
인간광우병이라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인류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이 희귀한 질환을 앞에 두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질문은 왜 vCJD는
젊은 사람들을 선호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vCJD는 병이 발견되는 평균
연령이 28세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똑같은 인간 프리온 질환인 sCJD는 65~70세에
주로 발병합니다. 미안한 말씀이긴 하지만 100만명당 1명이라는 희귀성과 함께 그만큼
사셨으니까라는 위로를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28세면 잠복기를 10~20년
잡았을 때 도대체 몇 살 때 광우병에 오염된 고기에 노출되었다는 것인지, 10대 초반의
발병자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 아이는 신생아 때 이미 프리온에 노출되었다는 것인지,
하여간 꽃다운 나이에 이 망할 놈의 병으로 그것도 마치 정신병 환자로 오인될 정도로
불안, 우울, 초조, 공격성향 등의 성격변화를 겪으며 균형을 잡지 못해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로 부모 곁에서 눈을 감았을 아까운 청춘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1993년 5월, 최초의 감염자 15세 영국 소녀 빅키 리머,
평소 성격이 활발했다는 이 소녀에게 갑자기 찾아 온 건망증, 어지러움증, 성격 변화,
결국 그 해 말 빅키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1997년 11월 끝내 사망합니다. 이를 필두로
영국에서 현재까지 166명이 vCJD로 판명이 되었고 그 중 163명이 사망했으며 발병
당시 대부분이 40대 이하였습니다.
vCJD에 이환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소고기 마니아였나?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리는 것일까? 소고기를 잘 먹지 않은 사람보다는
자주 먹은 사람이 당연히 광우병 소의 고기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나이 먹은 사람들은 잘 걸리지 않았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육류 소비량이 줄기 때문에? 그런데 위 그래프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40대에서 50대에 급격히 발병률이 떨어집니다. 60대 이상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평균 잠복기 10~15년을 적용하면 25세에서 30세부터는
광우병 소고기에 노출되었어도 잘 발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며, 45세에서 50세에
노출된 사람은 거의 vCJD가 안 생긴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소고기 소비량이 연령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보일까? 상식적으로도 나이가
들수록 육류 소비가 줄을 수 있지만 급격한 저하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런 궁금증에
입각해 자료를 찾아보니 수학적으로 두 가지 모델을 나눠서 분석한 논문이 있었습니다.
2004년 'BMC infectious disease'에 실린 Boelle PY등의 ‘Epidemiological
evidence of higher susceptibility to vCJD in the young'이라는 논문이었습니다.
이 저자들은 2001년에 사이언스지에 연령별 특성에 따른 vCJD의 잠복기와 역학적
규모 등을 예측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vCJD의 잠복기가 평균 16.7년이며 총 환자수는
향후 발생할 사람들까지 합쳐서 205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연구자들입니다.
다시 그래프를 보면 연령별 소고기 소비량에 따른 질환자 예측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고 소비량에 연령 위험도를 반영해 예측한 것은 실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막대그래프는
실제 연령별 vCJD 환자 분포입니다. 점선을 따라가 보면 소고기 소비가 20대에서
50대까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은 40대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vCJD 발병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 섭취량으로 따지면 40대 이상에서 vCJD
환자가 48%가 나와야 하나 실제는 10%밖에 되지 않으며 연령인자를 고려한 예측치는
12%이므로 이것이 실제와 훨씬 가깝습니다. 혹시 나이가 어릴수록 잠복기가 짧아지는
것은 아닐까하고 분석을 시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가능성은 배제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vCJD에 잘 걸리는 연령대와 잘 걸리지
않는 연령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이전에 발표한 2001년 사이언스 논문과 이 논문, 그리고 현재까지의 vCJD
통계자료를 종합해보면 평균 연령 28세, 잠복기 10~20년, 병이 처음 시작되는 peak
age는 10~20세 사이(증상 발현이 아닌 처음 접촉 시기), 15세부터 위험률은 점차
감소하여 1981년도(처음 광우병 소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는 연도)에 20세였던 사람이
15세였던 사람보다 발병할 위험률은 55%로 감소되며 1세 당 약 16%씩 감소해서 70세
이상이 vCJD에 걸릴 위험도는 99.9% 감소됩니다.
소장 투과성과 프리온 침투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그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구자들은 면역계 성숙도와 연관시켜 이를 설명했고 또 다른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치아 상태와 연관시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은 외부 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피부가 그렇고 위장에는 점액질과 각종 소화효소, 면역인자들이
방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ileum)
부위에 Peyer's patch라는 부분이 있는데 실험상 변형프리온을 섭취시켜 그
경로를 추적해보면 이 Peyer's patch 부위에 변형프리온이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이런
이유로 SRM에 소장 끝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형프리온으로 오염된 소고기를 먹을 때 위장관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다른 단백질과는 달리 저항성이 있어 그대로 내려오다가 Peyer's patch가
많은 소장 끝 회장 부위에 도달합니다(파라셀수스님이 올려주신 위 그림 참조). 이
때 이 부위의 투과성이 증가되어 있을 경우에 흡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대의 경우 면역 체계가 형성되어 가는 시기로 편도와 함께 이 부분 투과성이
증가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편도염이나 맹장염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을 보호하는 피부가 어떤 이유로든 개방되어 있는 경우 그 경로를 통해
변형프리온이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수혈, 경막 이식과 같은
각종 의료시술). 그런데, 아이들이 상처 부위에 소고기를 올려놓고 있을 일도 없고...
하지만 치아가 빠지고 새로 나기를 반복하는 시기에는 보호 장벽이 제거되어 치아가
빠진 노출 부위로 변형프리온 침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험상으로
햄스터에서 확인이 되었는데 이가 빠지고 나는 시기에 변형프리온에 노출되는 한
경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불안해하는 10대들에게
지금 청계천에서 촛불을 밝혀 들고 있는 사람들 중의 60%가 10대라고 들었습니다.
위에 밝혀진 연구 결과와 통계 내용만 놓고 보면 그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본능적인, 그러니까 어떤 보호본능 같은 것이 작동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직 통과해야할 관문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은 20세 이하의 M/M형 유전자를 가진 뭐뭐뭐’까지 정리되었습니다.
이 뭐뭐뭐에 덧붙여질 내용들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것들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왜 현재까지 발병한 대부분의 vCJD 환자들이 영국 사람이며 그
외의 나라에서 발견된 사람들도 1980년~1990년대 중반 그 어느 시점에 영국에 살았던
사실과 관련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상황이 무엇인지만 파악된다면
그 상황을 피해가기가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영국 소고기'라는 글귀에서
'영국'에 좀 더 주목을 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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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BRIC 소리마당 집중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