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01. 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02. 양과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03. 한국인 광우병 취약, 사실인가

04. 소고기 섭취량-나이와 vCJD

05.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1

06.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2

07.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3

08. vCJD 발생 전제조건1

09.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1

10.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2

11.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3

12.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1

13.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2

14. vCJD 발생 전제조건-에피소드

15. vCJD-SRM 30개월 의미1

16. vCJD-SRM 30개월 의미2

17. vCJD 전제조건-뇌조직 섭취

18. ‘달인’과 ‘박 대 박’

19.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1

20.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2

21.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3

 

<원제목>미친 양, 미친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2008-5-3

꽤 오래 전에 본 한국 영화인데 인육을 자장면에 넣어 파는 중화요리 집이 주

무대로 등장했었습니다. 손님들은 인육인 줄 모르고 먹게 되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식당은 항상 만원이었습니다. 같은 종을 먹었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요? 포어족이

친족의 사체를 먹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어쨌든 포어족은 인육을 먹는 행위와

웃고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맞바꿈으로써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 셈입니다.(2007년이

kuru병이 보고된 지 50년 되는 해라 기념 심포지움도 열렸었더군요)

진전병(scrapie), 불행의 원인은 엉뚱한 곳에서

파푸아뉴기니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어떻게 kuru병과

조우하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매트

리들리가 쓴 ‘게놈’이라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매트

리들리는 생물학자이자 저명한 저술가로서 한참 광우병이 영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을 때 그 곳에 있었으며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의 소비를 금지하는 금지령이

확대된 이후에도 더 많은 소고기를 먹고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18세기 영국으로 돌아갑니다. 로버트 베이크웰을

포함한 일단의 기업가들은 농업에 기업 개념을 도입시켜 산업화합니다. 그

중 하나가 양 중에서 최우량종만 골라 교배를 시켜 품종 개량을 해서 더 빨리 자라고

살찐 양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서퍽(Suffolk)

품종의 양떼들에게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양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며 불안해하고 다른 양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몸도

긁어댔습니다. 그러다가 금세 죽고 말았습니다. 진전병(scrapie)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치료가 불가능 했고 점점 번져갔습니다. 게다가 1930년 백신을 만들

때 이 병에 걸린 양의 뇌를 재료로 사용해 그 확산 속도에 불을 붙였습니다. 백신이

오염되지 않도록 포르말린으로 철저히 소독을 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한참 후 영국을 방문 중이던 미국 과학자 빌 하들로우

우연히 의학박물관에서 이 진전병으로 죽은 양의 뇌 사진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뇌 사진이 자신이 얼마 전에 보았던 포어족의 쿠루병 환자들 뇌 사진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당시 파푸아뉴기니에 가있던 가이두섹에게

편지를 보냈고 두 질환이 동일 질환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치 연쇄살인극을 보듯

어떤 가상의 원인 물체가 포어족을 죽이고 양들을 죽이고 있었고, 범인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살해극은 1986년 11월 영국 중앙수의학연구소에서

최초로 확인되면서 시작된 광우병에 비하면 전초전에 불과한 것들이었습니다.

소 해면양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olpathy,

BSE, mad cow disease), 강요된 동종포식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로 추정되는 어느 시점에 이 미상의 원인 물질은

가축사료 제조업체에 똬리를 틀게 됩니다. 대량 사육과 빠른 성장을 노린 목축업자들은

비록 초식동물이라 하더라도 동물성 단백질 투여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값이 싸면서

쉽게 살을 찌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발견하였고, 늙은 양의 뼈와 내장 등 부속물들을

사료의 첨가물로 선택했습니다. 그 당시 양에 대한 후한 보조금 덕분에 점점 사료에서

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고 그 중에는 진전병에 걸린 다수의 양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원인 물질을 다량 포함한 동물성 사료를 소가 먹게 되었고, 소의 뇌, 뼈, 내장

등의 부속물도 다시 사료에 포함이 되어 사이클이 돌수록 축적되는 양은 견고해져

갔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육이 섞인 자장면을 멋모르고 맛있게 먹었던 사람들처럼

소들은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동료들의 뼈와 살을 맛있게 먹고 살찐

몸이 되어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연쇄살인극의 범인인 이 원인 물질은 급속도로 축적되어

결국 1986년 최초로 광우병에 걸린 소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시점에는 이미 5만 마리

이상의 소들이 감염되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표정을 지을

수 없어 죽을 때에도 웃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역학 조사를 통해 진전병에 걸린 양들로 오염된 사료가 직접적인

원인임을 확인했고, 반추동물들이 포함된 사료를 또다시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동종포식의

사이클을 차단시키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광우병은 여전히 지속되었고 축산업자들의

반대와 로비에도 불구하고 동물성 사료를 전면 금지시킨 뒤에야 진정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연선택이라는 채를 생략한 인위적 조작이 낳은 비극

카니발리즘으로 kuru병을 앓게 된 포어족, 인위교배로

진전병을 앓게 된 서퍽 품종의 양, 강요된 동종포식으로 광우병을 앓게 된 영국의

, 이들은 진화과정 속에서 조상들이 맞닥뜨리지 않았을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맞닥뜨리게 됨으로써 자연선택의 채로 걸러질 수 있는 단계를 거치지 못했고,

그 결과로 비운의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들의 염색체에 담긴 유전정보에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만한 어떤 대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육을 먹었으면서도 kuru병을 앓지 않은 포어족들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었으면서도 전혀 이상이 없었던 대다수 영국인들은 또 어떻게

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만 특별히 진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적응을 해낸 것일까? 광우병에 걸린 영국인들이 평소에 소고기를 더 많이

섭취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 그 중 일부는 광우병이 만연한 지역 목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발병 기작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혹시

인간광우병에 걸린 영국인들의 식습관에 관해 조사된 자료가 있다면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 연쇄살인극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프리온

잠시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가장 갑론을박되고 있는 한국인의 95%가

가지고 있다는 프리온 129번 아미노산 M/M형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광우병에 걸린 영국인의 유전자형이

특이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M/M형이라는 것과(최근에 V/V형이 사망한 1건의 예가 확인되었습니다),

똑같이 인육을 먹고도 살아남은 포어족 사람들의 유전자형이 대부분 M/V형이라는

다수의 논문들이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피카소님의 글 21편에 관한 의견(댓글)은 ‘이곳’에 써주시기 바랍니다.

제공 : BRIC 소리마당 집중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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