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01. 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02. 양과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03. 한국인 광우병 취약, 사실인가

04. 소고기 섭취량-나이와 vCJD

05.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1

06.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2

07.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3

08. vCJD 발생 전제조건1

09.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1

10.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2

11.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3

12.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1

13.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2

14. vCJD 발생 전제조건-에피소드

15. vCJD-SRM 30개월 의미1

16. vCJD-SRM 30개월 의미2

17. vCJD 전제조건-뇌조직 섭취

18. ‘달인’과 ‘박 대 박’

19.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1

20.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2

21.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3

 

2005년 말 황우석 논문표절 사건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화제가 됐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bric.postech.ac.kr)에서

한 젊은 과학자가 4월 말부터 두달 넘게 게재한 25건의 글이 과학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피카소'란 닉네임의 이 과학자는 브릭의 소리마당에 ‘광우병에 대한 논란, 과학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개설된 토론방에 모두 25편의 글을 올렸고, 7월 3일 현재

누적 조회수 3만8300건, 추천수 540건을 넘었다. 출판사로부터 이 글들을 책으로

엮자고 제안을 받기도 했다.

“광우병 파동 이후 매일 한두건 이상, 지금까지 대략 100편 정도의 논문을

읽었고, 2007-2008년 최신논문을 참고자료로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5000쪽에 달하는

영국정부 발행 광우병 백서가 가장 도움이 됐다” “두달 가까이 사료상, 소 키우는

사람, 식당 주인,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에 문의하고, 만나는 사람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견해를 빠짐없이 물었다. 마치 기자라도 되는 것처럼.” 피카소가

쓴 글 군데군데에 나와 있는 대목을 모은 것으로, 광우병 논란을 과학으로 점검해

과학적 진실을 찾으려는 투철한 태도가 묻어난다.

코메디닷컴은 최근 피카소에게 광우병 논란에 관한 칼럼을 요청했으나 피카소는

별도의 칼럼을 게재하기보다 브릭에 게재된 글 원문을 게재하고 출판사의 요청이

있으면 내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25편 가운데 에필로그에 가까운 글 4편을 제외한

21편 게재를 허락했다. 코메디닷컴은 글 21편 내용을 가감 없이 전재한다.

피카소는 원고료를 촛불집회 부상자들을 위해 써달라는 뜻을 밝혔고, 코메디닷컴은

부상자 치료를 위한 모금운동에 전달할 예정이다.

브릭의 소리마당에서는 과학자들이 과학적 토론을 자유롭게 하는 곳으로 정치적인

주장이나 인신모독성 발언을 하면 관리자들이 가차 없이 글을 삭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황우석 논문표절 사건 때에는 이런 관리지침에 따라 수많은 의혹을 규명할 수 있었다.

 

<원제목> 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2008-5-3

점입가경이군요. 수만명이 참여하는 미국산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열리고

정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고 기자들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다지요. 인터넷

괴담이라고도 불리우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성 글들은 너무 과장되어있고 이를 일일이

반박하는 정부 관료들의 입에서는 사실과 다른 오히려 의혹을 부추기는 엉뚱한 대답들이

나오고 있더군요.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들은 실제 상황을 잘 모른채 미리 정한대로

협상을 했거나 알면서도 숨겼거나 말입니다. 현재 그런 인식가지고는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흥분되어 있는 군중들을 절대 설득할 수 없습니다.

살우의 추억

갑자기 꽤 오래 전 소 도축장에 갔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뭐 구경삼아 간 것은

아니고 선배가 하는 실험 때문에 보조해주러 갔었죠. 실험 재료로 망막 조직이 필요했는데

소의 망막을 선택했으니 소 눈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도축장에 도착하니 아, 이런,

지금도 이런 식으로 소를 잡는지 잘 모르겠지만 큰 망치로 소의 정수리를 가격하더군요.

머리에 망치를 맞는 순간 소는 단번에 앞다리를 꿇고 쓰러졌습니다. 우리는 옆에

서 있다가 망치를 들고 있던 분이 손짓하면 다가가 장갑을 끼고 선배는 메스를 꺼내들고

안구를 적출합니다. 저는 뭐했냐고요? 옛날에 우리 밥 먹던 양은 도시락 들고 옆에

서 있다가 적출된 안구를 받는 일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끔찍하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도시락 그릇 속에 들어있는 안구들은

방금 전 살아있던 한 생명체에게 빛을 비춰주던 소중한 눈이 아니라 마치 어렸을

때 갖고 놀던 구슬을 연상시키더군요. 여기저기서 퍽퍽 쓰러지는 소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발그레한 식욕을 돋우는 고기들로 포장되어 나오는 이면에 이런 야만이 공존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카니발리즘(cannibalism), 동종포식, 광우병...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인간 광우병(변형 크로이펠츠-야콥병,

variant Creufeldt-Jakob disease, vCJD)은 인간의 뇌에 해면양(spongiform)

변화를 일으키는 4가지 질환, CJD, 쿠루병, 게르스트만-슈트로이슬러-샤인커병,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중에 CJD의 변형된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CJD가

워낙 희귀질환(인구 100만명 당 1~2명)이라 아마도 주위에서 이런 환자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파킨슨병, 루게릭병, 알츠하이머병 이 정도는 아마도 직접 접하거나

TV를 통해서 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1990년대 영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일생을 통해 한 번

보기도 힘든 CJD를 2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앓고 사망하는 것을 목격한

셈이 되니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갑자기 관심을 갖고 그 연유를 쫓아가다보니 이게

제가 전에 썼던 동물성 사료(육골분 사료)와 카니발리즘(인간이

인육을 먹는 풍습), 동종포식(동물이 같은 종의 동물을 잡아먹는 행위), 그리고 진화론

맞물려서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몇 가지 자료를 참고해서 나름대로

틈나는 대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남태평양 남서부에 위치한 열대성 기후의 파푸아뉴기니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시작해야 될 것 같군요. 파푸아뉴기니는 500개 이상의 부족들이

75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인 포어 부족(Fore

linguistic) 169개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관찰됩니다.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웃고 죽는 병’이 주로 부족민 중 청년과 여자들에게서 번지게 된 것입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몸을 심하게 떨었으며 제대로 걷지를 못했고 말도 잘 못하게

되었으며 얼굴 근육을 제멋대로 움직일 수 없어 마치 웃음을 짓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포어족 말로 kuru(와들와들 떨림)라고 불렀던 이

병의 원인을 밝혀낸 것은 칼턴 가이두섹(미국 세균학자,

소아과의사) 박사였습니다. kuru병의 원인은 신의 저주가 아니라 포어족의 식인 풍습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가족이나 친척이 사망하면 사체에서 뇌를 꺼내 수프로 만들어

먹는 독톡한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행위를 하고 난 후 발병하기까지는 수년의

잠복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식인풍습이 재앙을 가져왔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한 것이었습니다. 포어족은 이 풍습을 금지시켰고 1957년 이후 12년 동안

약 1100명의 희생자를 배출하고 나서야 이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국인들은 무엇 때문에?

가이두섹 박사는 쿠루병으로 죽은 사람의 뇌 조직을 침팬지에 주입하면 같은 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그 원인을 slow virus로 지목했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7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이론은 한 근성가이에

의해 뒤집혀지고 그 역시도 노벨상을 수상하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렇다면 왜 식인습관이 있던 포어족에서 발생한

kuru와 비슷한 유형의 질환이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것일까요?

그들이 혹여 집단으로 식인 문화를 즐기는 비밀사교클럽의 회원들이었을까요... 아니면

카니발리즘과는 전혀 상관없이 우연한 일치로 뇌에 해면양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이

각자 발생한 것일까요... 실제 포어족의 카니발리즘과 영국의 광우병 사이에는 기가

막히게 연결된 고리가 있었습니다.

피카소님의 글 21편에 관한 의견(댓글)은 ‘이곳’에 써주시기 바랍니다.

제공 : BRIC 소리마당 집중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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