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족 “퇴원 방해말라” 주장
‘존엄사’ 2차공판, 병원측 “본인의사 확인돼야 허가”
식물인간이 된 김모(75) 씨의 자녀들이 병원을 상대로 낸 치료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17일 오후 4시 서울서부지법 305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양측은 김 씨의 퇴원 허용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
씨의 자녀들은 병원이 환자에게 원치 않는 치료를 계속 진행한다면 퇴원을 해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문에 앞서 환자 가족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법원에 신청 변경서를 제출했다.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 행위를 계속해서는
안된다”는 기존의 주장에 “병원은 환자가 퇴원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예비적 주장을 추가한 것이다. 신현호 변호사측은 “병원 입장에서 환자가 자연스럽게
죽도록 치료를 중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퇴원해 다른 병원이나 호스피스 기관
혹은 집으로 옮기려는 환자 가족의 뜻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 소송 대리인 법률사무소 다솔 신동선 변호사는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중지하는 것은 살인방조죄
성립으로 판결난 보라매병원사건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병원 윤리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환자의 퇴원을 허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양측 변호사들은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체계적인 변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신현호 변호사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김 씨의 옛 사진과 현재
치료중 사진을 보여주며 “환자의 모습이 흉측하게 변하고 있다”며 환자의 인격권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26일 입원한 이후 3일, 1주일, 현재까지 환자의
임상경과를 설명했다.
신동선 변호사 역시 파워포인트 변론을 통해 환자는 현재 다발성
골수증 3기로 앞으로 12~29개월 더 생존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 김건수 부장판사는 “양측 변호사들이
제출한 파워포인트 CD를 다시 한 번 검토해보겠다”면서 심문종결을 선언했다. 이어
“이번 가처분 신청사건은 7월 10일경에 결정해 결과가 통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공판에서 양측 변호사가 주장한 주요 내용이다.
▽환자 가족측 소송 대리인 신현호 변호사
△병원측에서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1개월이면 의식이 돌아올 확률이
15%, 3~8개월이면 8% 미만이라는 의학적 보고를 근거로 들어 연명치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평균나이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75세인 김 씨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는 환자가 퇴원을
원하면 허가해주는데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자의 퇴원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환자는 현재 살아있는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하길 원치 않는 환자의 추정적 승낙을 받아들여줘야 한다.
▽병원측 소송 대리인 신동선 변호사
△김 씨가 식물인간이 된 지 4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김씨의 생존률이 보통 성인들보다 더 낮을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는 치료를 중지할 수 없다.
△윤리위원회를 열어도 법적 책임이 문제되는 현 상황에서는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에 이를 환자의 퇴원을 허가할 순 없다.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중지하는
것은 살인방조죄 성립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