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앨범 촬영, 아이에겐 고역
플래시 세례에 유아 망막손상-스트레스 우려
요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녀의 성장앨범 만들기가 유행이다. 스튜디오에서
만삭, 50일, 100일, 200일, 1년마다 사진을 찍으면 책처럼 만들어 주는 상품이다.
S 스튜디오(일산점) 관계자는 “성장앨범 상품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더욱 인기”라며 “스튜디오 손님 10명 중 7,8명이 성장앨범을 찍으려는
엄마들”이라고 말했다.
P 스튜디오 관계자 역시 “특히 성장앨범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하루 평균 4팀 이상이 성장앨범을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홈피에 자녀의 스튜디오 촬영사진을 업데이트하는 엄마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식 자랑에 적극적인 요즘 엄마들의 성향 덕분에 스튜디오 매출도 껑충
올랐다. 패키지로 구성된 성장앨범은 약 120만~240만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런 성장앨범 촬영이 아이의 건강엔 해롭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전문의들은
본인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줄 모르는 어린 아이가 한두 시간 동안 인위적인 환경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것이 눈 건강과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플래시, 입증된 연구 없지만 유아에 악영향 소지”
순간적으로 빛이 터지는 플래시가 유아의 눈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말할 순 없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안과 차흥원 교수는 “카메라 플래시가 어린 아이의
시력이나 망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입증된 연구나 발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망막에 일시적인 자극을 주고, 시력 형성에 방해가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있다.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 김형정 진료과장은 “망막은 빛의 자극에 특히 민감하다.
망막 치료는 한계가 있어서 시신경이 손상되면 의학적으로도 되돌릴 수가 없다. 망막
혈관은 임신 이후 42~44주 정도면 완성된다. 시력형성 초기 단계인 갓난아이의 망막
중심 세포에 강한 빛의 자극을 주게 되면 황반 망막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소아안과 장혜란 교수는 “카메라 플래시가 유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안과 쪽에선 밝혀진 바가 없다”면서 “정도는 가늠할
수 없지만 해롭게 작용할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장앨범은 한 번 촬영할 때마다 1, 2시간이 소요되며 카메라 플래시를 100~300번
정도 터뜨린다. 이때 카메라를 아이들의 눈앞에 대고 플래시를 터뜨리는 직광촬영을
할 때도 있다.
한번에 100~300번 촬영, 아이들 왕짜증
스튜디오 일(il) 김황직 실장은 “어린 아이들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은
얼굴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면 아이들 눈에 나쁘다는 것을 개인 상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따로 교육을 받진 않는다”면서 “빛의 양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조절할
수 있지만 순간적으로 빛이 터진다는 것이 아마도 해롭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되도록 자연광이나 빛을 반사하는 반사광을 사용해 촬영하지만, 좀 더
선명하고 또렷한 사진을 필요로 하거나 자연광이나 반사광을 사용할 여건이 되지
않을 땐 종종 직광으로 촬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형정 진료과장은 “어린 아이들을 촬영할 땐 특히 간접촬영을 주로
해야 한다”면서 “시력이 형성되는 시기인 3~5세 이전 아이들에게 계속 망막에 부정적인
자극을 주게 되면 약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약시는 특별한 원인이
없이 눈의 기능이 저하돼 시력이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성장앨범 촬영은 유아에게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것이 말 못하는
아이에겐 짜증요인이 될 수 있다.
정면을 쳐다보며 웃는 사진을 찍을 땐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딸랑이를 흔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사진 속 아이는 웃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때문에 촬영 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가 많다.
스튜디오 피아체 관계자는 “아이들마다 다르긴 해도 대개 40분 정도 촬영하면
아이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일 때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자기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아이를 어색한 환경에 데려다놓고 사진을 찍는 것은 학원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를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면서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인상 쓰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성인처럼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 어느 정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태아모습 초음파 촬영 삼가는 게 좋아
태아의 모습까지도 사진으로 남겨두는 산모들이 있다. 이들은 고성능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를
이용해 태아의 얼굴, 몸 전체를 성장 단계별로 촬영해 간직한다. 기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본래의 목적과는 별개로 더 많은 횟수의 초음파 촬영을 하는 것이다.
입체 초음파가 태아의 정확한 윤곽을 그려내는 데에는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
기술이 많이 발달됐지만 아직까지는 한 번에 성공하는 사례가 드물어 반복 촬영을
할 때가 많다. 아무리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소리지만 뱃속의 태아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 초음파에 노출되는 것이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다. 특정부위에 기형을 일으키지 않아도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태아가 오랜 시간 초음파에 노출되는 것은 안 좋다고 밝혔다.
미국 FDA는 "초음파는 일종의 에너지이기 때문에 저준위에서도 진동을 방해하고
온도를 상승시키는 등 신체 조직에 물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산전 초음파 촬영이 전혀 무해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1월 의료 진단목적 외의 태아 초음파 촬영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초음파영상진단의 오ㆍ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기기 안전성 서한'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관련단체에 주지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