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아동, 교사 일임으론 한계
담임에 지도법 교육-수준별 이동학습 필요
어린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더라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린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에게도 체계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대 교육학과 김동일 교수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임상의학연구소
1층 대강당에서 ‘주의력과 학습’을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ADHD 아동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 담임교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ADHD 문제는 어린이와 가족 위주로 생각해 학교 교사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못했다면서 ADHD 아동의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담임교사 한 명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만하고 폭력적인 아이들을 통제하는
어려움 때문에 신경성 위염 등의 질환을 겪고 있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ADHD 아동의 산만함과 폭력 행동을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교사에게 전적으로 일임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ADHD 어린이의 문제 행동을 정의하고 행동 수정의 목표를 정해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이 통제 어려워 담임선생님 위염 앓기도
전문가 집단이 교사와 ADHD 아동에게 취할 행동이나 학습 방법을 제시하는 중재
프로그램을 약 6주간 실시한 결과 ADHD 아동의 과제 완성도, 의사소통 빈도가 향상됐다.
교사들도 전문가들의 중재로 ADHD 아동을 단순히 ‘다루기 성가신 학생’, ‘친구들에게
폭력이나 행사하는 아이’가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아이로 생각하게
되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
이제는 학교가 ‘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학교가 아이에게
맞춰준다는 느낌을 가지면 아이의 과제 수행 능력은 높아진다”면서 수준별 이동학습을
예로 들었다. “수준별 이동학습이 지금까지 상향식으로 이뤄졌다면 학교가 ADHD
아동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하향식 이동학습도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 환경이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도 ‘우리 아이는 정상이다’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없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자세의 변화가 필요하다. ADHD의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학부모들이 주의력과 학업 수행 향상을 위해 어린이에게 무작정 ADHD
치료를 받게 하려는 경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ADHD는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진단되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ADHD는 뇌의 기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
두 번의 치료로는 나아지지 않는다.
그는 “ADHD 아동의 기질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지만, 전문가의 체계적인 지원과
중재 노력으로 겉으로 나타나는 여러 문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DHD 인지행동 치료 최근 동향
일부 ADHD 아동은 쉽게 분노 반응을 보여 또래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을 당하는
등 잘 어울리지 못해 분노조절 훈련이 필요하다. 분노한 ADHD 아동이 이런 감정을
잘 추스렸을 때 보상을 주고, 대인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지적인 틀을
재구성하는 것이 인지행동 치료(CBT.Cognitive-Behavior Therapy)다. 약물치료만으로는
ADHD로 비롯된 충동적 행동양식, 학습문제, 사회 기술 결함 등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CBT가 필요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국내외 연구
결과 CBT가 ADHD 아동과 청소년의 계획능력, 반응통제력, 공격성, 정서 조절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연구들에서는 CBT가 반응억제능력 등 전두엽의
실행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ADHD 아동들에게 CBT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 치료자 역시
ADHD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교사에게는 아동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한 행동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해, 부모에게는 ADHD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