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광우병위원회 첫날부터 삐끗

위원 3분의2 불참… “팩스만 넣고 참석하라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문제로 파문이 확산되자 질병관리본부가 관련

위원회 구성을 시도했지만 위원으로 위촉하기로 예정된 의대 교수 11명 중 3, 4 명만

첫 모임에 참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과 인간광우병(vCJD) 감시자 역할을 할

위원회를 구성하려고 추진 중이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서둘러 위원으로 위촉할

의대 교수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간광우병위원회 첫날부터 삐끗질병관리본부는

16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크로이츠펠트-야곱병과 인간광우병 신고

감시 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조찬 모임을 주최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과 간사로 추대될 것으로 알려진 한림대 김용선 김윤중 교수를

비롯, 성균관대 나덕렬 정해관, 연세대 이명식, 동아대 김재우, 서울대 김상윤, 울산대

이재홍 최충곤, 고려대 정기영, 한림대 최경찬 교수 등 모두 11명을 위원으로 위촉하기로

하고 이날 조찬모임에 초청했으나 이중 3, 4명만 참석했다. 3분의2가 불참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참석 인원과 참석 교수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위원으로 거론되는 한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사전에 위원을 맡을지 여부에 대한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모임 하루 전날(15일) 대뜸 위원회 구성과 조찬모임을 알리는

팩스를 보내왔다”면서 “위원회 구성 목적도 알 수 없고, 느닷없이 열리는 일이라

다른 일 때문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었지만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면서 “과거부터

해오던 활동을 단지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위원으로 거론되는 다른 한 교수는 거듭되는 질문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에 물어봐라”고만 대답했다.  

CJD와 vCJD가 국민관심사로 대두했으므로 만에 하나 발생할 것에 대비해 신속하게

CJD와 vCJD 여부를 판단하고 관련 조치를 결정할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겠으나

질병관리본부는 위원으로 위촉할 교수들에게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광우병 문제 파문이 확산되고 있어 의대 교수들이

민감한 사안에 나서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라면 질병관리본부는 더욱

성의를 다해 설명, 설득했어야 할텐데 안이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위원들은 의심 환자가 보고될 때 질병관리본부 소속의

역학조사관이 수집한 환자 병력과 임상자료를 토대로 진단회의를 열어 CJD와 vCJD

 가능성에 대한 최종 판단, 추가 검사 여부, 격리 수준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 회의 결과는 담당의사, 환자와 보호자,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 부검센터와 진단센터 등에 통보된다는 것.

위원회 구성과 관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 관계자는 “오늘(16일)은 식사

자리에 불과했다”면서 “앞으로 모임의 목적과 역할이 정해지면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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