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만 하면 천식이 누그러진다고?
부작용 일으킬 수도…의사 상담 필요
‘마린보이’ 박태환과 시드니 올림픽 4관왕을 차지한 미국의 수영 영웅 에이비
반 다이큰 등은 어렸을 때 천식 때문에 수영을 시작했다. 이들은 수영 덕분에 천식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하지만 수영이 천식의 치료약이라는 맹신은 금물이다. 수영 때문에 천식이 악화될
수도 있고, 없던 천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수영도 잘 하면
약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축농증, 중이염 있는 천식엔 부작용
주부들에게 천식 어린이에게 수영이 좋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우며, 자녀에게 천식이
있으면 대부분 수영장에 등록을 시킨다. 천식으로 고생하는 어린이가 적당한 습도의
수영장에서 운동하면 호흡기가 무리하지 않은 상태로 많은 운동량을 소화할 수가
있다. 폐활량이 많아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천식과 더불어 축농증, 중이염 증상이 있는 어린이가 수영을 하면 천식
치료는커녕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림대병원 소아과 윤혜선 교수는 “수영이 천식 그 자체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다른 합병증이 있는 천식 어린이에겐 염증이 심해져 병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또 수영장에서 나는 소위 락스냄새에 민감한 어린이는 없던 천식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락스냄새는 수영장 물을 소독하기 위해 첨가하는 염소합성물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윤 교수는 “냄새에 민감한 어린이는 천식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면서 “꼭
천식을 일으키는 물질이 아니어도 기도를 자극하는 물질은 무조건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에는 대부분의 천식센터 안에 수영장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몇몇 실내수영장은 물 관리를 제대로 안 해 물이 굉장히 더럽다. 어린이에게
무조건 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시내 스포츠센터 수영장은 하루에 1~2차례 수영장 물을 일부 배출하면서
새로 담는 식의 순환방식으로 정화한다. 눈에 띄는 오염물질은 그때그때 제거한다.
수영장 전체 물을 빼는 것만 해도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전체 수영장
물을 갈아준다.
없던 아토피 생길 수도
수영교실을 다니면서 아토피 피부염이 발병하거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 교수는 이어 “수영장 물이
더럽거나 염소 합성물질이 많이 들어있으면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거나 악화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영 후 살갗이 건조해지면서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하곤 한다”며 “수영을
즐기는 어린이들 중에 피부가 민감한 어린이는 보습제를 꼼꼼하게 챙겨 발라야 한다”고
말했다.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손을 이끌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고 좋다고 소문난 치료법을 좇다보면 치료 효과도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어린이만 지치게 됩니다. 의사 한 명에게 쭉 진료 받으며 증상을 꿰뚫을 수 있도록
한 뒤, 수영교실을 등록하거나 다른 취미생활을 가르치기 전엔 의료진과 상담하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윤 교수)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한소아알레르기및호흡기 학회에 따르면 천식의 국내 유병률은 1995년에 초등학생
7.7%, 중학생의 2.7%에서 2000년에는 초등학생의 9.1%, 중학생의 5.3%로 증가했다.
아토피 피부염 역시 1995년 초등학생 15.3%, 중학생 7.2%에서 2000년에는 초등학생
17.0%, 중학생 9.2%로 증가했다. 2003년 조사에 따르면 5세 유치원 어린이의 23.0%,
즉 5명 중 1명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천식 환자는 수영 외에 다른 운동을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 프로농구(NBA)를 휘젓고 있는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 육상선수 재키
조이너 커시도 천식 환자다. 천식 환자도 흡입제를 비롯한 적절한 약물의 도움을
받아 축구나 농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