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야 미안, 엄마는 당뇨란다”
美 임신전 당뇨병 급증...한국도 안심못해
미국에서
여성 비만이 증가하면서 ‘임신 전 당뇨병’이 새로운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임신부 당뇨병’ 하면 여성이 임신하면서 호르몬 체계가 교란돼 당뇨병에 걸리는
것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당뇨병에 걸린 상태에서 임신하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여성이 임신 기간에 당뇨병을 앓으면 태아가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나중에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도 비만 여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이저의료재단 벨플라워 센터의 진 로런스 박사팀은 1999~2005년
사이에 출산한 여성 19만 52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뇨병이 있는 상태로
임신한 여성이 7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고 28일 발행된 미국의 학술지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에 발표했다.
로런스 박사는 “여성 비만이 증가하면서 임신 전에 당뇨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임산부의 나이가 젊을수록 2형 당뇨병 환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판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아기를 갖기
전부터 당뇨병이 있는 임신 여성이 1999년엔 245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엔 53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7년 동안 임신 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예비엄마의 수가 1000명
중 8명에서 18명으로 껑충 뛴 셈이다.
임신 전 당뇨병 환자를 인종별로 살펴보면 히스패닉이 52%로 가장 많았고, 백인
26%, 아시아인 11%, 흑인 10%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13~19세 여성의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1999년엔 1000명 중
1명이었으나, 2005년엔 5.5명까지 증가했다.
로런스 박사는 “과거에 발표됐던 논문들은 임신하면서 당뇨병 증상이 생기고
출산 후면 사라지는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연구였다”면서 “이번 연구는 오로지
임신 전부터 갖고 있던 당뇨병에 대해서만 분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인 여성의 24%가 비만이며, 그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전체 인구의 약
10%가 병적 비만 환자로 간주된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002년 발표한 ‘한국의
여성 건강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여성의 44.1%가 복부비만으로 판정됐고,
정상 체중을 넘어선 비만 여성은 29.4%였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체질량지수(BMI)
25를 기준으로 20, 30대 비만여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서구화된 식습관,
교통수단 발달로 신체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비만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