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끼고 운동하다 장님 된다
축구-농구-낚시 등도 고글 착용해야
야외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운동을 할 땐 특히 눈을 조심해야 한다. 눈은 한
번 다치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혹시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낀 채로 운동을 하진 않는지? 운동을 좋아한다면 눈 보호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4~5월 ‘눈 외상’ 환자 늘어
2005년 1월 대한안과학회지에 게재된 가천의과대 길병원 안과 한용수, 신경환 교수의 논문 ‘안 외상의 통계적 고찰’에 따르면 2003년 1년간 눈 외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1013명의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눈 외상 환자가 8~9월에 218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4~5월에 188명이 병원을 찾았다. 눈을 다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눈 외상 환자 중 철편, 모래, 먼지 등에 의한 부상이 2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포츠에 의한 손상도 7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실제로 요즘은 야외활동이 잦고 운동경기나 스포츠 활동이 많아져 눈 외상 환자가 늘어난다”며 “각종
경기에서 쓰이는 공이나 도구들에 의해 눈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드물긴 하지만 심각한 경우 실명에 이르기도 하므로 눈을 보호하는 사전예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美 눈 외상환자 13분마다 1명 발생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의학 웹진 헬스데이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검안사협회(AOA, American Optometic Association)는 스포츠 상해로 인한 진료기록 6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눈 외상을 입어 시력 상실 진단 판명을 받은 것만 1만 3500건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검안사 겸 스포츠 시력 전문가 폴
버먼 박사는 “수천 명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매년 스포츠 상해에서 다치지 않아도 될 눈을 다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스포츠 활동을 하다 눈 외상을 입은 응급 환자가 13분마다 한
명씩 발생하는데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축구,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의 위험 종목 외에 타인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테니스, 골프, 낚시 등 비교적 위험이 낮은 종목의 운동을 할 때도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공이나 라켓, 낚시 바늘 때문에 눈을 다칠 위험성이 높다.
스포츠 마니아라면 눈 보호 안경은 필수
조기축구회 회원인 김 모(35, 서울 도봉구)
씨는 큰 맘 먹고 최근 축구용 고글을 구입했다. 시력이 나빠 안경을 끼고 축구경기를 하다가 큰 코 다칠 뻔했기 때문. 공에 맞아 안경테는 물론이고 렌즈까지 깨졌다. 김 씨는 눈동자에 렌즈 파편이 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눈 보호에 신경을 쓰기로 한 것이다.
주천기 교수는 “스포츠 활동 때 눈 외상을 막기 위해서는 스포츠용 고글을 착용해 눈을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야확보가 좋은지, 자기 시력에 맞는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고글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은 축구용, 농구용, 자전거 하이킹용, 낚시용 보드용 등 스포츠 고글이 다양하다. 시력 보안은 물론 착용감도 좋고 디자인까지 세련된 고글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스포츠용 고글은 검안사나 안경사 등 전문가에게 시력을 체크 받고 상담을 통해 구비해야 한다.
대한안경사협회 전인철 홍보이사는 “최근 스포츠용 보호안경을 찾는 사람이 꽤 늘었다”며 “일반 안경에 비해 이러한 보호 안경은 2~5배 정도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주로 축구, 인라인스케이트, 농구, 자전거 하이킹 등의 운동을 안전하게 즐기려는 남성들이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하드 렌즈, 눈 외상 위험 가장 커
대한검안사학회 송철수 홍보이사는 “야외 활동 때 자외선 차단을 위해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활동적인 스포츠를 할 때라면 벗어놓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외부 충격을 받을 때는 오히려 눈을 더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경 테, 렌즈, 콘택트 렌즈 종류에 따라서도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송 이사는 “운동할 때 시력 때문에 안경을 써야 한다면 카본 재질의 렌즈보다는 폴리카보네이트 렌즈로 된 안경이 안전하다”며 “카본 렌즈는 운동할
때 외부 충격으로 깨질 위험이 있는데 이때 눈 안에 파편이 들어갈 위험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안경테에 의해서도 눈이 다칠 수 있다. 특히 플라스틱 뿔테는 충격 시 깨져 나온 파편 때문에 메탈로 된 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
전인철 이사는 “안경을 쓰는 것보다 렌즈 착용이 더 안전하다고 보통 생각하지만 하드렌즈일 경우는 위험성이 더욱 크다”며 “공이나 육중한 도구에 의해 충격을 받았을 때 하드렌즈는 딱딱한 특성 때문에 눈의 각막에서 바로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심각한 경우에는 부작용, 합병증 등으로 인해 앞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안경과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없을 뿐더러 깨지기 쉬운 아크릴로 만들어져 있다”며 “자칫 눈에 큰 외상을 입힐 수 있는만큼 구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운동하다 눈을 다쳤다면?
스포츠 활동 때 눈을 다치게 되면 신속한 응급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천기 교수는 “운동 기구나 공에 맞아 안구가 손상, 파열 되는 일이 일어나면 응급처치로 종이컵 4/1 정도만 남겨두고 윗부분을 자른 후 밑 부분으로 다친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며 “이때 아프다고 눈을 만지는 것은 피하고 종이컵으로 보호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