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 심장병 유발”
美 심장학회, 복용전 심전도검사 권장
서울 강남권의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치료약이 아이들에게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학회가 공식 경고했다.
미국에서 일부 의사가 이 약의 심장마비 유발 위험에 대해 경고하자 제약사에서 반박자료를 내놓는 등 논란이 일자 미국심장학회가 "위험할 수 있다"며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달 27일 이 약 판매를 규제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일선 의원에서 약 처방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과학논문소개 사이트인 유레칼러트와 뉴욕타임스 등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심장학회가 ADHD 치료제를 복용하기 전에 반드시 심장질환을 점검해 봐야 한다는 권고문을 ‘미국심장학회 저널 (Circul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온라인 판에 발표했다.
ADHD 치료제 같은 전두엽 흥분제는 혈압과 심장 박동을 증가시킨다. 이는 대부분의 ADHD 어린이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에게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 지고, 심장의 펌프 기능을 멈춰서 돌연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혈압 상승-심장 발작 부작용 생겨
미국에서는 250만 명의 어린이들이 리탈린, 아데랄, 콘서타 등 ADHD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들 약품의 주요 성분이 염산메칠페니데이트이다.
심장협회는 ADHD를 앓고 있는 어린이의 가족 이력 조사와 더불어 심전도 측정 등을 통해 아이가 ADHD 치료제를 먹어도 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고문을 만든 위원회의 의장인 펜실베니아대 빅토리아 베터 박사는 “심장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ADHD 치료제를 가능한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 1999부터 4년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어린이 중 19명이 사망했고, 26명은 심장 발작, 심장 박동 상승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또한, 소아 심장 질환자 중 33~42%가 ADHD로 진단받았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이미 ADHD 치료제에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과복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문구를 삽입했다.
어린이 2% 심장에 문제 드러나
베터 박사는 “심전도는 돌연사를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다”며 “이미 ADHD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어린이들도 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대략 1100명의 정상 어린이에게서 심전도를 측정한 결과 2% 정도에서 심장에 문제가 드러났다. 베터 박사는 “이런 이유로 심전도가 소아과나 정신과 의사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텍사스대 소아정신과 스티븐 프리츠카 박사는 “ADHD 치료제를 먹는 아이에게 돌연사가 큰 문제라는 연구 결과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 ‘소아청소년정신과학회(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의 새 가이드라인에도 ADHD 어린이에게 심전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은 없다”며 “어린 육상 선수에게 돌연사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육상선수에게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이냐”고 반문했다.
ADHD 관련 시민 단체인 CHADD는 “약을 먹을 때 아이의 반응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심전도가 아이의 안전을 확보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